[신간]글자 속의 우주 外

‘글자’라는 창 너머로 보는 세상

<글자 속의 우주> 한동훈 지음·호밀밭·2만5000원

너무 익숙해 오히려 잘 주목하지 않지만 사실 ‘글자’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세상의 창이다. 서체 디자이너인 저자는 오랫동안 눈에 띄는 글자가 보일 때마다 수집해 그 속에 담긴 내력을 살펴봤다. 노포(老鋪)의 간판부터 근현대사 속 공공디자인과 여러 상품의 브랜드까지 ‘글자’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쉽게 지나치기 십상인 일상 속 다채로운 글자들이 저마다 하나하나의 작품이며 역사라는 점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에서 소개하는 저자의 글자 컬렉션은 종횡무진 분야를 막론한다. 공간건축사사무소의 개축공사표지판부터 자동차 심볼과 도로표지판, 은행과 지폐, 음반과 카세트, 공공기관과 기업의 로고, 하수도 맨홀, 서점과 다방, 예능프로그램의 자막, 오래된 건물의 정초석과 시대를 풍미한 잡지들, 급기야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서체 이야기까지 단숨에 읽다 보면 글자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로 깊게 스며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책은 타이포, 폰트, 타입페이스, 레터링 등 서체를 지칭하는 용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다채로운 일상적 소재를 통해 서체를 바라보는 재미와 의미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준다.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한국사회의 중요한 변곡점들과 서체가 만나는 지점을 짚어주기도 한다. 인터넷 밈이나 이른바 ‘야민정음’이라 불리는 요즘의 재기발랄한 시도들을 비롯한 손글씨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여러 제품의 글씨체 등 서체와 관련된 울림 있는 단상들을 만나게 된다. 읽고 나면 도시와 시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어디에나 글자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글자들의 모양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이임하 지음·철수와영희·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