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경성의 아파트 外

아파트로 보는 도시의 역사

<경성의 아파트> 박철수 외 지음·집·2만7000원

전국에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 인구의 절반가량이다. 서울시민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 가운데 반 이상이 20~30평형의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공화국’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한국의 주거 현실은 언제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을까. 이런 물음을 건축사 및 주거문화사의 측면에서 꼼꼼히 다뤘다. 책은 1930년대를 ‘아파트 시대’로 명명해도 어색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경성에는 어느 동네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가 지어졌고, 당시 사람들은 아파트를 어떻게 생각했으며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아파트에 살았는지 등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당시 발행된 신문과 잡지, 아파트 관련 자료와 지도 등 다양한 기록을 검토한 뒤 1936년 당시의 지번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정밀지도에 아파트 위치를 하나하나 찍어 분포 현황을 살폈다. 뿐만 아니라 왜 그때엔 아파트가 풍기문란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는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는 어떤 것들이었는지 등 세세한 읽을거리도 보탰다. 이렇게 기록과 분석을 축적해가며 저자들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파트로 보는 도시의 역사를 기술해 나간다. 저자들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인 충정아파트가 도요타아파트라는 이름이던 시절 국내 1호 법학박사 황산덕과 수화 김환기 등이 머물렀던 흔적을 찾고, ‘회현동 미쿠니아파트’로 알려져 있던 남산동 미쿠니상회아파트의 정확한 주소를 찾아 지금도 여전히 공동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연구를 위해 당시의 전화번호부를 뒤져가며 끈기 있게 이어나간 세밀한 작업이 흥미를 끈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 스테프 차 지음·이나경 옮김 황금가지·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