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억척의 기원 外

두 여성 농민이 살아온 이야기

▲억척의 기원|최현숙 지음·글항아리·1만8000원

억척스럽게 살아온 두 여성의 삶을 담은 책이다. 10여년째 노년·중장년 여성들과 만나며 밀도 높은 구술생애사 작업을 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전남 나주의 두 여성 농민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된 시집살이를 겪고, 남편의 외도나 폭력, 자식들 뒤치다꺼리 등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온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스스로의 결정으로 이혼하기로 하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하며 농민회에서도 활동하는 등 주체적인 삶을 살아온 이들의 모습에서 마냥 당하기만 하고 살아오지 않은 당당함이 눈에 띈다. 60년 남짓의 생애를 가득 채운 역경과 애증과 열정을 듣다 보면 그들의 개인사를 넘어 한국 사회가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문제들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개인 중 한 개인이 살아온 평범한 이야기라도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깊이를 따라가다 보면 보편적인 이야기와 이어진다. 특히 책에서 나오는 가정폭력과 돌봄 노동문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의 문제는 주인공인 두 농민 김순애와 정금순이 세상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러워져야 했던 상황의 증언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배 안 곯는 집에 사는 게 꿈”이었다는 1959년생 김순애와 “어려서는 아주 순했는데, 나이 들면서 풍파에 부딪히다 보니 세진 것”이라는 1960년생 정금순의 사연은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삶의 파노라마를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아픔이 있는 만큼 기쁨도 있었고, 당하다 못해 만들어진 억척이 돌연 날붙이처럼 주변을 찌를 때도 있었다. 저자는 구술을 듣고 기록하는 작업 내내 두 사람의 삶에 공감하기도 하고 거리를 두기도 하면서 나름의 주석을 붙여 그들의 삶을 여러 면에서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계속해서 흔들리지 않고 걸어나가기를 바라는 응원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