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비교의 함정

A씨는 서너달 전 B사 주식을 샀다고 합니다. 며칠 전 그 주식이 하루 만에 5%가 올랐더랍니다. 누적 수익률은 18%. 웬일이냐 싶어서 곧바로 매도했습니다.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행복감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화이자의 백신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소식에 B사 주식은 15%가 넘게 상승을 했습니다. A씨는 낭패감에 잠이 오지 않더랍니다. 하루만 더 참았으면.

석달 만에 거둔 수익률 18%는 결코 낮은 게 아니지요.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진 지금 어디에 투자해서 그런 수익을 거둘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간발의 차로 놓쳐버린 수익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물론 그만 이런 심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쥐었다가 놓친 것, 혹은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불가용성 효과’라고 합니다.

요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심리가 이와 비슷합니다. 한 해 사이 집값이 1억~2억원 올랐습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은 6억~7억원이 뛰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집값이 제자리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니 아예 집이 없는 사람 마음은요? 그렇다고 6억~7억원 오른 사람은 행복하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수백만원 나올 보유세에 불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대상과 비교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상대를 더 높게 평가하다 보면 시기심과 열등감에 빠져 우울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비교의 함정’에 빠집니다.

미디어의 선정주의는 비교의 함정을 더 깊게 파고 있습니다. TV는 한강이 보이는 유명인의 집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방마다 가득 찬 옷들, 값비싼 인테리어도 눈을 유혹합니다. 심지어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던 한 스님의 집도 남산타워가 보이는 복층이라고 TV는 친절하게 소개합니다. 아이는 철없이 말합니다. “아빠, 우리는 저런 집에 살면 안 돼?”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던 ‘착한 집방’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신문은 집값이 극단적으로 오른 곳을 콕 집어 보도합니다. 지난해 7억원이었던 아파트가 20억원이 됐다는 식입니다. 이 정도면 투기심리를 조장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꿈치를 베고 누워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 같아서는 머쓱해서 이 격언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안빈낙도(安貧樂道)는 한문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공자님 말씀’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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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5년 만에 60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GDP 순위는 물론이고 피파랭킹보다 한참 낮습니다. 내년은 어떨까요? 올가을 은행잎이 유달리 누렇게 보입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