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뷰]오랜만에 내한한 「노트르담 드 파리」

문학은 여러 문화산업에 영감을 주고 다양하게 소비되지만, 무대와의 결합은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롭다. 활자로 상상했던 이야기가 노래와 춤, 여러 이미지로 가득한 무대 공간에서 라이브로 재연되는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의 대문호였던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은 현대 뮤지컬 산업과 만나 최고의 흥행작으로 진화돼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레 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 그리고 국내에서 창작 뮤지컬로 시도된 <웃는 남자>다. 그중 프랑스 뮤지컬의 새로운 부흥기를 가져온 <노트르담 드 파리>가 오랜만에 내한공연의 막을 올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우리에겐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이 더 익숙하지만, 원래 프랑스 소설의 제목은 <노트르담 드 파리>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파리 한가운데의 시테섬에 있는 바로 그 유명한 성당을 말한다. 원래 ‘노트르담’이라는 말의 의미는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다. 가톨릭에서 예수의 모친을 신성시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종교적인 의미도 남다르다. 중세 유럽, 교황청이 영향력이 컸던 시절에는 죄인이라 할지라도 신성한 성당 안에 들어서면 함부로 체포하거나 구인할 수 없었던 전통도 있었다. 교회의 권위가 인간의 죄를 넘어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마치 어머니가 못난 자식을 감싸안는 것처럼 성모가 죄인을 보듬어 안는다는, 교회가 그런 역할을 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담겨 있다. 뮤지컬의 원작이었던 소설은 바로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혼돈과 갈등 그리고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담아 큰 인기를 누렸던 빅토르 위고 불세출의 대표작이다.

물론 문학이 무대로만 변화한 것은 아니다.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설이나 뮤지컬보다 오히려 앤서니 퀸과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나왔던 1961년작 영화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앤서니 퀸은 어눌한 말투가 답답해 보였던 배우지만, 덕분에 이 작품에서 보여준 꼽추 연기와 어눌해 보였던 움직임은 한참 세월 동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실감 나고 설득력 있었다. 물론 뮤지컬 무대는 여기에 노래와 음악, 춤과 아크로바트라는 다양한 ‘들을 거리’와 ‘볼거리’가 더해져 일대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 큰 묘미다.

특히 노랫말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정서와 유럽의 오랜 역사, 진중한 무게감 등은 이 작품의 흥행을 이끌어낸 일등 공신들이다. 뮤지컬 넘버들에서는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물결과 단테의 <신곡>, 루터와 개신교 등이 하나씩 열거되며 당시의 시대상을 조명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근대 신문의 전신인 팸플릿의 유행, 새로운 사상의 전파에 대한 내용이 등장해 인류 근대사에 대한 묘한 향기마저 느끼게 한다. 유럽이기에, 그리고 프랑스이기에 가능한 역사와 고전의 재해석이 문학작품의 무대화라는 과정을 통해 향취를 극대화한다.

문화프리뷰

2020 내한공연만의 매력도 있다. 오리지널 캐스트였던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의 등장이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2005년 첫 내한 무대의 인기를 다시 재연해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