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주간경향은 X세대입니다

출근길에 오랜만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들었습니다. 유튜브와 무선 이어폰을 통해서요. 가사를 흥얼거리며 지하철에서 혼자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3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가사가 술술 흘러나옵니다. 유튜브에 누군가가 남긴 댓글이 인상적입니다. ‘그때는 테이프가 늘어날까봐 아까워서 복사한 테이프로 들었는데’ 이 댓글에 입가에 미소가 돌며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당신은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일 가능성이 큽니다.

조국 사태, 추미애 사태에다 부동산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세대가 있습니다. 40대입니다. 사안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20·30과 보수성향이 강한 50·60과는 정치적 감수성이 다소 달라 보입니다. 이들은 지금은 아저씨·아줌마 소리를 듣지만, 한때는 X세대라 불리던 신세대였습니다.

90년대 한국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소비 지향적인 이 세대를 주목했습니다. 누군가는 신인류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던 X세대는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한국사회 담론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에서 곧바로 밀레니얼 세대인 ‘82년생 김지영’을 주목합니다. 그렇다고 X세대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X세대는 한해 100만명 가까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였습니다. 2020년 오늘 대한민국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는 표심과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막강한 소비파워를 지니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X세대는 온갖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세대입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학력고사가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습니다. 고교·실업야구는 프로야구로, 트로트·발라드는 랩과 레게로 바뀌었습니다. 공중전화는 삐삐와 폴더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변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대학생 때는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연 10%대의 성장률을 구가하며 아시아의 용이 되었다가 IMF 외환위기 사태로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종신고용의 신화는 사라져 버렸고, 각자도생의 길로 처음 내몰린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어느 세대보다 권위주의를 싫어하고 자유분방했던 X세대는 이제 가장들로 성장했습니다. 싫든 좋든 사회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책임 있는 역할들을 맡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X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과 ‘교실 이데아’를 들으며 모순된 사회에 분노했습니다. 2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소득불평등, 지역격차, 성차별 등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난제는 여전히 많습니다. X세대는 이 난제의 일부라도 해결해서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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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5월 ‘뉴스메이커’로 창간한 주간경향은 X세대와 함께 커왔습니다. 지령 1400호를 맞아 창간의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사회의 난제를 푸는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들메끈을 고쳐 매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