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군을 찾아서 外

신원 알 수 없는 수많은 ‘김군들’

<김군을 찾아서> 강상우 지음·후마니타스·1만6000원

5·18 광주항쟁 당시 가장 유명한 무명인. ‘김군’으로 불리는 시민군이다. 그는 흰 수건을 두른 채 기관총을 잡고 있는 사진 여러 장으로 남아 있다. 눈빛에서 읽히는 초연함 때문인지 5·18 기념관은 전시관 주요 코너에 그의 사진을 선택했다. 5·18을 부정하는 쪽도 그를 주목했다. 보수논객 지만원과 우익 커뮤니티 일베는 그에게 ‘제1광수’라는 이름을 붙이고, 북한의 특수군으로 몰았다. 저자가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 인터뷰했던 한 시민이 그가 김군으로 불렸던 넝마주이라고 증언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십수 년 전 사진이 상반된 주장의 다툼 속에 소환됐다. 그는 영화 제작 방향을 김군을 찾는 일로 돌린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인 영화 <김군>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우린 그가 남광주역 사거리 인근 원지교에서 살았다는 증언 외에 그가 누구인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행적을 추적하면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김군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게임 오버 | 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이지윤 옮김·한빛비즈·2만5000원

20년 전 20 대 80의 사회를 예견한 <세계화의 덫>의 저자가 그 ‘덫’에 걸려 절뚝거리는 민주주의의 현실을 폭로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종언과 극우 민족주의의 부활을 중심축으로 고령화와 대규모 이민, 기후변화와 같은 시대의 큰 문제들을 두루 다룬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는 “덜 지어진 건물”이라면서 “건물이 유지되려면 ‘사회’ 자유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위기에 맞서려면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공정한 사회적 분배를 위한 여건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향기의 힘 | 로베르트 뮐러 그뤼노브 지음 송소민 옮김·아날로그(글담)·1만4500원

교보문고는 매장에서 쓸 ‘책향’을 개발해 디퓨저로도 판매한다. 향기는 기업의 브랜드를 후각으로 느끼게 한다. 저자는 후각의 중요성과 향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향의 채취와 제조 방법, 향수 이야기 등 향기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를 한데 모았다.

▲변신: 되기의 유물론을 향해 | 로지 브라이도티 지음 김은주 옮김·꿈꾼문고·1만9500원

페미니즘의 주체는 남성의 반사상이 되어선 안 된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저자는 여성 주체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성차를 긍정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토대로 젠더를 넘어선 대안적인 ‘여성 되기’를 주장한다.

▲숭배와 혐오 | 재클린 로즈 지음 김영아 옮김·창비·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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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에 대한 연구를 망라해 어머니가 어떤 사회적 대우를 받는지, 어머니가 아이에게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지, 어머니로 사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 탐구한다. 사랑과 억압을 함께 갖는 가부장제의 모성을 깨고 ‘자기 아이’를 넘어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확장된 모성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