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한국의 화장시설> 펴낸 박태호씨

한국 장례문화 변천사 산증인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68)은 한국의 장례문화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자다. 30년 넘게 장묘문화 일에 몸담다 보니 장례문화 변천사의 산증인이 되었다. 최근 그는 <한국의 화장시설>이라는 책을 펴냈다.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소수 독지가의 도움으로 낸 비매품이다. 책을 내기 위해 코로나 정국에도 전국에 산재한 화장장을 답사해 기록했다.

사진/김창길 기자

“지난해 화장장 비율이 89.8%였어요. 올해는 90%를 넘길 겁니다. 화장장이 90%를 넘긴다는 의미는 죽으면 대부분 화장하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필수시설이 된 거죠. 하지만 한국의 200여개 지방자치단체 중 화장장이 있는 곳은 59개에 불과해요. 그나마 시설도 낡고 문제투성이고….”

그가 실태조사에 나선 이유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도권이다. 박 위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31개 시·군 가운데 화장장이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27개 시·군엔 화장장이 없다. “화장 장례비용이 1200만원에서 1400만원가량 듭니다. 자치단체 화장장이 있으면 100만원 미만에서 끝나는데 없으면 사설에서 진행하면 기본이 400만~500만원이에요. 여기에 납골당 비용까지 하면 다섯 배에서 열 배까지 뛰어오르는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장장이 없다 보니 원정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엔 ‘화장대란’, ‘장묘대란’ 같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서울시의 경우 2개가 있지만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세종시까지 화장하러 갑니다. 심지어 강원도 인제·속초 화장장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빈 데가 없으니 거기로 가자’고 상조회사 직원들이 권하는 거죠. 그 사람들이야 시간을 끌수록 손해니까요. 빨리 끝내야 다음 일을 받는 것이고….”

그가 장묘문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시청에서 장례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부터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은 일을 오래 맡으며 오해도 많이 샀다. “대부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자료를 모으고 지식을 쌓았어요.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 쌓은 지식이니 주장이 셀 수밖에요. 잘난 척한다고 시기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 일을 하는 동안 보람도 느꼈다. 전국 4개 대학에 있는 장례지도학과 교수들이 그에게 자료와 지식을 얻어가고, 그 역시 겸임교수를 맡아 출강했다. 2007년 명예퇴직 후 10년간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라는 시민단체에 참여해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의 말처럼 ‘장묘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는 컬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자연장’을 정리하고, 이번에 ‘화장장’을 정리했습니다. 남은 건 납골당인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조사해보니 다 비슷비슷해서 정리가 무의미할 것 같기도 하고….”

주목! 이 사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리 작업은 계속할 계획이다. “나이가 일흔에 가까우니 이제 점점 더 세월이 간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1년, 아니 6개월 후에도 지금처럼 뛰어다닐 수 있을까 문득 걱정이 되긴 합니다.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의 다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