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폭력의 위상학 外

더 교묘하고, 저항하기 힘든 폭력

<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지음·김태환 옮김 김영사·1만4800원

왕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참수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학살과 전쟁의 빈도는 확연히 줄었다. 이를 근거로 20세기 이후 폭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낙관하는 이들이 있다. 재독철학자 한병철은 폭력은 형태를 바꾸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폭력이 내부화·심리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교묘하고, 저항하기 어렵게 변했다고 말한다. 대표작 <피로사회>에서 자본주의를 자기 착취의 시스템이라고 본 저자는 그런 착취에 ‘긍정성의 폭력’이라는 이름을 단다. 타자에 의한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뜻하는 ‘부정성의 폭력’과 대비되는 것으로,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유혹에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주체는 번아웃이나 우울증 같은 심리적 질병에 빠져 시스템의 요구를 자신의 요구로 삼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자신을 드러내면서 감시사회 건설에 동참한다. 저자는 폭력이 내면화하고,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사회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계급투쟁론은 낡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 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 지음·이영주 옮김·숨쉬는책공장·1만6000원

플랫폼 기업은 혁신을 주문처럼 말하지만, 그 핵심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디지털 기술에 불과하다.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에 드는 진짜 비용을 회피한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에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은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전한 일터,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아파도 쉴 수 있어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는다. 고용에 따른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전통 기업들도 플랫폼 기업과 진검 승부를 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