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수필집 낸 요가 강사 황혜원씨 “마음의 지방이 탄탄한 근육으로”

흔하디흔한 실내운동이지만, ‘요가’ 하면 곧잘 신성한 수행이 떠오른다. 안정적이고 유연한 전문가의 몸짓 앞에서 초심자들은 주눅 들기 일쑤다.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 때문에 다가가기 망설여지기도 한다.

5년차 요가 강사인 황혜원씨(31)는 요가가 신비롭거나 숭고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10년 전부터 운동 삼아 요가원에 들락거리다 보니 어쩌다 강사로 살고 있다. 최근에는 평범한 30대 요가인의 일상을 수필집 <요르가즘>으로 엮어냈다. 짤막한 서른다섯 편의 글은 요가의 벽을 넘어오라고 손짓한다. 전공(현대미술)을 살려 직접 그린 요가 드로잉도 글마다 곁들였다. 어렵지 않은 동작들만 추렸다. 저자 스스로 약간의 ‘똘기’도 가미돼 있다고 털어놓는다. ‘종교는 락교’라는 소개말부터 예사롭지 않다. 초밥과 함께 먹는 그 락교다. 아무리 수련을 해도 타고난 성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단다.

‘요르가즘(Yorgasm)’은 ‘요가’에 ‘오르가슴’을 더한 합성어다.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요가 수련을 오래 하면 몸 안 깊은 곳에 뱀처럼 똬리를 튼 쿤달리니(영적 에너지)가 깨어난다고 하는데, 그런 종교적 의미로 쓰진 않았어요. 전신에 짜르르 소름이 끼치면서 너무 좋은 느낌이 있어요. 진짜 별것 아닌 자세인데도 그 상태로 편안하고 ‘다 괜찮다’ 하는 느낌이에요.”

그가 사랑하는 ‘아쉬탕가’ 요가는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아쉬탕가를 하면 ‘물렁물렁하고 성가셨던 마음의 지방이 탄탄한 근육으로 바뀌는’ 느낌이라고 한다.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견고해진다. 힘든 일이 생겨 마음의 병이 들어도, 요가가 있는 한 덜 불행할 것 같다. 마치 보험 하나를 든 느낌이랄까. ‘건강하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도 깊이 새기고 있다. 정정한 노후를 좇기보다는 ‘언제 죽더라도 건강하게 살자’고 생각한다.

“아쉬탕가는 웬만한 체력으로는 힘들어요. 처음엔 바들바들 떨면서 죽기 살기로 했죠. 아쉬탕가를 하면 몸을 전체적으로 쫙 쓴 느낌이 들면서 상쾌해져요. 이제 동작의 흐름을 다 외웠으니 몸이 따라가면 되죠. 한번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아쉬탕가도 몸이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끝까지 하게 돼요. 무아지경으로 하고 났을 때, 수련을 한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동작이 완성됐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턴 숨쉬기에만 집중하는데,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요가에선 호흡이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주목! 이 사람

틀어지고 굳어 있는 수강생들의 몸이 변화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다만 자신의 정체성을 ‘요가 강사’로만 한정짓고 싶진 않다. 굳이 표현하자면 ‘예술하는 사람’이 좋겠다. 언젠가 사람을 주제로 전시를 열어볼 계획이다. 전시에서 요가수업을 열고 퍼포먼스도 해보면 어떨까 싶다. 황씨는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전시를 하든, 퍼포먼스를 하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자극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