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外

그 건축물은 왜 그곳에 있을까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최경철 지음·웨일북·1만3000원

누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삶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반복하는 삶의 모습을 하나하나 짚어본다면 어떤 점이 자본주의의 일상인지 막연하나마 구분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일정한 노선을 지나는 교통수단을 타고 출근하고, 직장에선 부과된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일을 한다. 집과 직장의 이동경로, 작업장과 식당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공간으로 표현되는 자본주의의 단면, 그 위를 지나가면서 생활과 생각을 구조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일상이다. 이 책은 이 공간, 그중에서도 특히 건축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건축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도시 공간과 건축은 삶과 밀접하게 맞닿은 장소이기 때문에 더욱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건축가는 공간을 사유하는 사람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건축물이 왜 그곳에 있고, 무슨 목적과 의미를 가졌으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디자인했는가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던진다. 도시 건축이 품고 있는 나름의 이유와 비밀을 풀기 위해 24개의 질문을 토대로 풀어놓는 이야기는 일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건축물을 통해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건축에 관한 담론을 다룬 1장과 사적 영역인 공간에 대해 질문하는 2장, 건축가로서 공간과 건축에서 마주치는 영감의 순간을 말하는 3장을 쭉 읽어가다 보면 익숙하거나 낯선 장소 어디에서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건축물을 통해 신선한 영감을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 속 공간들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질문을 스스로 되물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