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양희창·장혜선의 <꿈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인간다운 세상’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8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 이와테현에 살던 여동생이 몇 달간 국내로 들어와 집에서 같이 머문 적이 있었다. 조카도 데려왔는데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 우리말을 잘 알아들어 우리나라에서 2학년을 다니게 되었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조카가 내 방에서 컴퓨터로 노래를 틀었다. 마치 가스펠 같은 느낌이랄까. 동요 같지는 않고 멜로디도 낯설어서 동생에게 무슨 노래인지 물어봤다.

동생이 하는 말이 “조카 담임 선생님이 학급 홈페이지에 이 노래 링크를 올려놓고 아이들에게 집에서 여러 번 듣고 오라고 했단다”였다. 멜로디는 분명 가스펠 같았는데, 개신교 가스펠이 아니라니 좀 놀랐고, 이 노래에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와, 이건 도대체 뭐지? 처음 듣는 가사인데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가사인 듯한데 마음에 들어와 박혔다. 들으면 들을수록 가사에 푹 빠졌다. 마치 교육자로서 내가 그동안 찾고 있던 그런 메시지를 담은 노래 같았다. 그래서 검색해보았고, 이 노래가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교가임을 알게 되었다. 교가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니,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보통의 교가는 보통 ‘무슨 산, 무슨 벌판, 무슨 강’ 등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이 나온 뒤 학생들이 등장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이름 빛내자는 4단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 교가가 4단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도 간디학교 교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인 수천 개의 교가들 속에서 간디학교 교가는 단연 돋보였다. 간디학교 교가를 부르는 순간 그동안 불렀던 교가는 교가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학교의 교가가 유사한 내용의 4단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가 자체가 학생 중심이 아니라 학교의 명예를 빛내자는 학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렇다.

한편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일화가 있다. 1990년대 등장한 간디학교가 2001년도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간디학교를 되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음악회가 열렸다. 여기서 간디학교에 다니던 당시 신지현 학생이 부른 노래가 ‘꿈꾸지 않으면’이었다. 이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급속도로 이 노래가 퍼졌고, 플래시로 제작되어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예회에서, 졸업식 노래로 불려졌고 심지어는 유치원에서도 불려졌다. 현재는 초등학교 6학년 음악 검정교과서에서도 등장할 정도다.

보통 학생들에게 꿈이라고 하면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직업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다보면 우리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꿈은 개인적인 행복을 이루기 위한 개인적인 꿈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꾸는 ‘우리들의 세상’,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꿈꾸는 ‘모두가 꿈을 꾸고 꿈을 노래하는 인간다운 세상’임을 알게 된다. 다함께 이상을 꿈꿀 때 개인적인 꿈을 이룰 가능성도 높아질 거란 믿음이 생긴다.

이 노래에 등장하는 말 중에서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과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연상시킨다.

내 인생의 노래

공교육 현실의 모순에서 벗어나 교육의 이상을 꿈꾸며 새로운 길을 가는 간디학교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듯하다. 이 마음은 비단 간디학교 학생들 말고도 모든 학생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마음이 정화되고 특정 학교의 교가 차원을 넘어 가히 모든 인류에게 영원히 불려질 ‘평생 교육가(歌)’라 할 만하니까.

<이상우 교사(경기 금암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