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너는 이 노래를 듣고서
그때의 마음을
기억할까 조금은
보편적인 노래가 되어
보편적인 날들이 되어
보편적인 일들이 되어
함께한 시간도 장소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
보편적인 사랑의 노래
보편적인 이별의 노래에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그때의 그때

10년 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를 처음 들었다. 명동에서 저녁 약속이 있던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약속 전에 책이나 좀 읽을까 해서 두어 시간 일찍 명동에 도착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책을 꺼내는 순간, 이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때의 마음’을 기억하려는 몸짓이었을까. 한 단어도 놓치지 않기 위해 7분 동안 귀를 쫑긋 세웠다.

노래를 다 듣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남들이 다 달리고 있을 때 문득 달리기를 포기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달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지 않는 것, 내가 갖지 못한 의연한 태도였다. 특별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남들과는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힘들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남들보다 나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자 애썼다.

같은 해 3월, 내 첫 시집이 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보행자로 길을 건너다 차 두 대에 치였던 것이다. 뇌와 팔다리를 다쳤고 그 뒤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몇 개월 동안, 나는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았다. 뇌에 물이 차서 당시의 나는 종종 헛소리를 했다고 한다. 떠먹는 요구르트를 먹은 뒤 “여기 음식 참 맛있다. 나중에 또 오자”라고 말하거나 하늘을 가리키며 “UFO가 저기 있네?”라고 물었다고 한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또다시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별일 없어도 행복하고 작은 것에 온 마음을 다해 웃을 수 있었던 그때 말이다. 너랑 있다는 이유로, 떡볶이가 맛있다는 이유로, 나뭇가지와 잎들 사이로 들이치는 햇살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웃었던 그때가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특별함은 타고나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아서, 마음의 방향은 항상 어긋나는 것 같아서 울었던 그때도 있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그때의 마음들이 있었다.

1년 만에 퇴원을 하고 나는 귀에 리시버를 꽂았다. 퇴원 기념으로 어떤 노래가 적당할까 생각하다 <보편적인 노래>를 틀었다. 사고를 당한 것은 특수한 일이지만, 일상은 보편적인 것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이 곡과 더불어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셈이다.

몇 년 뒤, 브로콜리 너마저 콘서트에 갔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기념품으로 제작된 수건을 구입했다. 수건에 적힌 문구를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득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그때의 그때’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때’에서 그때를 생각한 것도 놀랍지만, 잊을 만하면 몸과 마음에 쌓여 있는 때처럼 우리의 일상도 매일매일 켜켜이 쌓인다. 살아온 날들이 분명한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내가 그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만큼은 선명하다.

내 인생의 노래

우연히 명동을 걷다 10년 전 <보편적인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비 갠 하늘에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 같았다. 그때 같은 지금이 더 많아질수록 나는 더 선명해질 것이다. 보편적인 일상에서 특수한 순간을 발견하는 여유가 이렇게 소중하다.

<오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