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월요일이 사라졌다

먼데이는 왜 ‘검은 월요일’이 됐을까

식량생산이 늘어나면 풍족해진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고, 그러면 식량이 부족해 다시 빈곤해진다. 이 이론을 ‘맬서스의 덫’이라고 한다. 경제학자인 맬서스는 저서 <인구론>을 통해 19세기 초반 영국인들의 빈곤 원인을 인구에서 찾았다.

토미 위르콜라 감독의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인구론을 배경으로 한다. 인구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식량 부족과 자원 고갈, 환경오염에 시달리는 어느 미래. 가구당 한 자녀로 제한하는 산아제한법이 발효된다. 한 자녀 외 자녀는 정부가 강제로 데려가 동면을 시킨다. 이런 사회에서 일곱 쌍둥이가 태어난다. 외할아버지는 아이들 전부를 몰래 키우기로 한다. 일곱 쌍둥이의 이름은 먼데이, 튜즈데이, 서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다. 아이들은 ‘카렌 셋맨’이라는 한 명의 여인으로 살아간다. 자신의 이름과 일치하는 요일,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카렌 셋맨’으로서의 하루를 보낸다. 어느 월요일, 출근했던 먼데이가 사라진다. 다음날 튜즈데이도 사라진다. 산아제한관리국이 남아있는 쌍둥이 자매들을 급습한다. 영화의 원제는 ‘먼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What happened to Monday)’다.

‘월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며 외마디 비명을 지른 것은 경제사에도 있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뉴욕 증시가 대폭락한다. 이날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전날 대비 22.6% 폭락했다. 이날 세웠던 일일 최대 하락폭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이날은 ‘검은 월요일’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린다. 검은 월요일만큼 유명한 날이 ‘검은 목요일’이다. 검은 목요일은 대공황의 시작을 알렸던 1929년 10월 24일의 뉴욕 증권시장 대폭락을 말한다. 이날 폭락했던 주가는 금요일과 월요일 기력을 차리는가 했지만 화요일 다시 폭락한다. 10월 29일인 이날을 ‘검은 화요일’이라 부른다.

‘검은 수요일’도 있다. ‘검은 수요일’은 1992년 9월 16일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파운드화를 공격해 영국을 두 손 들게 만든 날이다. 조지 소로스는 파운드화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100억 달러를 동원, 파운드화를 투매한다. 영국 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풀어 시장에서 파운드화를 사들이고, 하루 두 차례 금리를 올리며 환율 방어에 나서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에는 ‘검은 금요일’이 있다. 주말을 앞둔 2004년 3월 12일 금요일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가결한다. 대통령 탄핵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금융시장은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았다.

유통시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는 다른 의미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의 마지막 금요일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온라인쇼핑으로 소비형태가 바뀌는 최근에는 ’사이버 먼데이’도 생겼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판 격으로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첫 월요일을 뜻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질’을 하며 상품 구매를 시작하고, 인터넷쇼핑몰들은 이날부터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간다.

영화속 경제

알고보니 일곱 자매의 평화로운 삶이 위협 받는 배경에는 먼데이가 있었다. 먼데이는 왜 ‘검은 월요일’이 되어야만 했을까. 답은 영화 속에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