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사단법인 ‘한빛’ 설립 추진하는 이한솔씨 “방송 종사자 노동상담 서비스”

“그들이 말하는 게 맞으면 어떻게 하지.”

이한솔씨(27)는 형의 죽음을 진상조사하면서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의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사망 당시 27세)다. 당시 이 PD는 CJ E&M 소속 케이블방송 tVN에서 일했다. 이 PD는 방송업계의 권위적인 조직문화, 인격모독,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겼다. 사측은 당시 이 PD의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돌렸다. 이씨는 “CJ나 형이 조연출로 참여했던 드라마 <혼술남녀> 제작팀은 방송업계의 부조리를 증언해주지 않았다. 형의 회사 동기, 계약직 직원 몇 분이 증언을 해주면서 국면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등 35개 시민단체가 진상규명 대책위에 참여하면서 이 PD의 죽음은 공론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7월 CJ E&M 측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를 했다. 유가족은 지난달 26일 이 PD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1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씨는 추모제에서 방송업계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사단법인 ‘한빛’의 출범과 향후 계획을 알렸다. 11월 중순께 법인 등록을 한다.

사단법인 ‘한빛’은 방송 종사자를 위한 노동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주제작사 소속 노동자에게 휴식공간과 스튜디오를 마련해 줄 계획이다. 이씨는 “노동상담센터를 만들고 싶다. 방송 종사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해당분야 변호사나 노무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법인이 등록되면 CJ E&M 측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형태로 운영비를 출연한다. 그는 “지난 30년간 방송 종사자들은 하루 2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비정규직은 비인격적 처우를 당해 왔다. 드라마 <혼술남녀> 외주제작팀이 촬영을 4분의 1만 하고 계약이 해지된 것도 빙산의 일각이다”라며 “형은 이런 구조적 원인이 해결되기를 정말 바랐고, 이를 해결하는 게 형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교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가 전교조 활동을 해서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와 형은 사회문제를 가지고 늘 토론했다. 형이 대학 진학 후 학생운동을 해서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청년 주거 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 창립멤버이고, 위원장까지 했다. 2014년에는 연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이씨는 “졸업 후에는 시민활동가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 이 사람

인터뷰가 끝나고 이틀 뒤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이 죽고 나서 겪는 트라우마가 없는지 물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많이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저는 ‘없다’고 대답한다. 트라우마가 부각되면 형이 고발하고자 했던 논의가 달라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빛’ 개소식은 이한빛 PD의 생일에 맞춰 내년 1월 24일에 열릴 예정이다.

<정상빈 자유기고가 literature09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