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올림픽 앰부시 마케팅, 아슬아슬한 경계

실제 대회에서는 공식 후원을 하지는 않으면서 올림픽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 매복 마케팅, 혹은 앰부시 마케팅이라고 한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피겨 스타 김연아가 IOC 위원들 앞에서 세계 젊은이들이 평창에서 성공과 성취의 가능성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을 호소하며 발표를 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났다. 평창의 하늘에서 타오를 성화가 그리스에서 채화됐고, 이제 동계올림픽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에는 다양한 상징물이 등장한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마크가 있고, 대회 엠블럼이 있으며, 각 대회의 문화유산 등을 반영한 마스코트가 있다. 30년 전 서울올림픽에는 ‘호돌이’가 마스코트였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랑이(백호)와 곰이다. 이들 상징물은 상표 등으로 등록되어 법률적 보호를 받는다.

이런 상징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올림피아드’라는 단어도 마케팅 활동에서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롯데백화점이 서울 잠실점에 설치한 평창 동계올림픽 팝업스토어 모습. / 롯데백화점 제공

‘올림픽’이란 단어도 함부로 쓰면 안돼

과거에는 조금 달랐다. 1997년 대법원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라 할지라도 ‘olympic’을 상표 등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상표법은 ‘올림픽 또는 저명한 국제기관 등의 명칭이나 표장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상표법 개정으로 국제적십자사, 국제올림픽위원회 또는 저명한 국제기관의 명칭, 약칭, 표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의 경우 해당 기관이 자기의 명칭, 약칭 또는 표장을 상표 출원할 때에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오륜마크와 ‘Olympic’은 상표로 등록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또한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하여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과 오륜을 포함하고 있는 모든 표지, 도안, 표어,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올림픽과 관련된 상징물을 브랜드로 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 그 재원은 대회를 유치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과 함께 기업 후원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85년부터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에 선정된 기업에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고, 그 외에도 제품군에 따라 제한된 기업과 후원계약을 체결하여 재원을 조달한다. 올림픽을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은 후원계약을 체결하여 후원금을 내고 그에 맞추어 올림픽 상징물을 자신의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대회에서는 공식 후원을 하지는 않으면서 올림픽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 매복 마케팅, 혹은 앰부시 마케팅이라고 한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사례는 유명하다. 성화 봉송 중에 성화가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옆에 있던 경호국 요원이 자기가 쓰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라이터 회사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어서 올림픽과 관련된 휘장이나 단어를 사용할 권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자기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면서 ‘올림픽을 구했다’라고 광고를 했다. 실제 일어났던 사실을 그대로 기술하면서 약간 유머 있게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IOC는 이를 매복 마케팅으로 판단하여 광고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광구문구는 ‘모든 동계경기에 어울린다’로 바뀌었다.

매복 마케팅 범위에 관한 논란

이와 같은 광고, 마케팅이 우리 법에서는 어떻게 규제되는 걸까.

올림픽이라는 명칭, 오륜마크, ‘평창 2018’ 또는 평창올림픽 로고 등은 모두 상표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상표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들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장을 상품 출처로 사용할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된다. 등록된 상표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내에 널리 타인의 상품 표지로 인식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할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이 규제하는 혼동 가능성의 의미에 대하여, 상품의 출처가 동일하다고 오인하게 하는 경우뿐 아니라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당해 상품 표지의 주체와 사용자 사이에 자본, 조직 등에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고 오신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앰부시 마케팅에 최근 신설된 부정경쟁방지법의 일반조항, 즉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올림픽과 관련된 마케팅 활동은 많은 비용을 들여 정식으로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얻은 권리를 이용한 경쟁사의 성과물인데, 이와 같은 투자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공식 후원사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의 광고라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규제하는 기만적인 표시, 광고에 해당할 수도 있다.

사실 매복 마케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앰부시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법이 규제하는 범위 밖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유경쟁의 영역으로 남겨놓는 것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반 개 정도 살짝 빠지는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듯, 앰부시 마케팅도 기존 법률이 규제하는 선과 아슬아슬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리우나 런던, 소치 올림픽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대회 관련 표현이나 상징물의 사용을 규제하고 규제의 그물을 촘촘하게 하였다. 올림픽 등 대회의 특성상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대회기간 중 효과적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규제가 의미를 갖기 어려우므로 사후적보다는 사전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법체계와 어긋나지 않도록 사전적 통제를 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법률 프리즘

이러한 논란 속에 앰부시 마케팅도, 이에 대한 규제도 매번 진화하고 있다. 1988년 서울은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2018년 평창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