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내가 구축한 DB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거나 그 갱신, 검증 또는 보충을 위하여 상당한 투자를 한 자는 일정 기간(5년) 동안 그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 배포, 방송, 또는 전송할 권리를 갖는다.

처음 보는 물건들, 신기한 그림과 사진들, 어릴 때 백과사전은 참 신기한 물건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10여권의 책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한 질의 책에 다양한 지식을 정리해낸 지은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아직도 백과사전은 남아있지만 특정인들이 편집한 백과사전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대신 인터넷에서 대중들이 쓰고 이른바 ‘집단지성’으로 검증되는 ‘위키 방식’이 널리 사용된다. 이용자들이 특정한 주제어에 관한 게시물을 자유롭게 작성하여 게시하고 이미 게시된 내용도 자유롭게 수정하는 방식의 온라인 백과사전, 기업이 채용정보를 등록하게 하여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채용정보를 매개하는 사이트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서버실 내부 모습. / 네이버 제공

DB는 창작성 유무 구분하지 않아

이와 같은 위키 방식의 웹사이트를 구축하였는데, 구축한 사이트에 등록된 게시물들을 누군가 ‘크롤링’(크롤러라는 자동화된 방법으로 지정된 특정 웹사이트 또는 불특정 다수의 웹사이트에서 각종 정보를 기계적으로 복제한 뒤 별도의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하여 자기가 구축한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한다면 어떨까. 법률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리 저작권법은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데이터베이스’라 정의하고,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 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에게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본래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에 한하여 보호를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는 창작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법률상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도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에 대한 창작성을 요구하였으나, 2003년 저작권법 개정에서 창작성 요건을 삭제한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 창작성의 유무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등에 드는 투자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의 가치는 해당 데이터베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그 정보를 얼마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거나 그 갱신, 검증 또는 보충을 위하여 상당한 투자를 한 자는 일정 기간(5년) 동안 그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 배포, 방송, 또는 전송할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만약 해당 기간 내에 다른 사람이 그 데이터베이스를 가져다 쓴다면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여러 구인업체의 채용정보를 체계적으로 배열하여 수록한 웹사이트를 구축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용자가 이 웹사이트로부터 각종 채용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모아서 열람하거나 검색할 수 있다면 이는 저작권법이 정의한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할 것이다. 시사, 문화, 예술, 스포츠, 연예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배열하여 수록한 사이트 역시 이용자가 개별 소재인 각종 정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검색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할 것이다.

이용자 또는 사이트에 가입한 업체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한 구인정보 또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게시물을 등록하고, 사이트를 구축한 자는 해당 정보의 오류 등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에도 사이트를 구축한 자가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실제 분쟁에서도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 해당하는지,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 인정받기 위한 ‘상당한 투자’라는 요건은 어떠한 기준에 의해 판단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크게 다투어졌다.

법원은 채용정보 사이트의 경우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웹사이트의 체계를 구축하여 이용자들이 그 체계에 맞춰 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이 사이트를 관리하기 위한 활동, 즉 보안 유지를 위한 방화벽이나 암호화 통신 등 각종 기술적 대응방식 도입, 효과적 플랫폼 구성을 위한 콘텐츠 생성 및 디자인 개발 등을 계속했다면 이는 웹사이트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이고, 그 소재의 갱신, 검증 또는 보충을 위하여도 상당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식공유 사이트의 경우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랐다. 1심 법원은 이용자들 스스로가 자유롭게 작성하는 것에 주목하여 사이트 운영자는 서버 관리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데이터의 수집, 배열, 구성 등을 위한 행위 주체로서 법률상 보호받기 위한 정도의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사이트 운영자가 검색기능, 데이터 사이의 연결 표시기능 등을 개발하였고 사이트에 기록한 정보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구성하는 틀을 만들었으며, 사이트 운영자로서 관리자 권한으로 문서를 삭제·수정하는 등의 역할을 하였다며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 인정을 하였다.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크롤링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한 행위는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까? 사이트에서 저작물 이용조건으로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 허락’이라고 명시하면서 다만 ‘상업적인 용도 또는 대량저장, 재가공 등의 자료수집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고, 소프트웨어 혹은 기계적인 방법을 통하여 수집될 수 없다’고 조건을 붙인 경우는 어떨까?

제작자의 ‘상당한 투자’ 요건이란

인터넷 검색엔진은 검색로봇에 의한 크롤링이 이루어지므로 통상 사이트를 구축할 때에는 검색로봇에 의한 크롤링의 허용범위를 정한다. 그 범위를 넘어 무단으로 정보를 복제한다면 이는 권리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법원도 영업에 이용하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크롤링을 통해 사이트의 html 소스를 복제하여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행위는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특히 기계적 방법으로 사이트의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였음에도 이처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행위는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법률 프리즘

인터넷은 정보 공유를 위해 탄생한 도구인 만큼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이다. 그러나 활용가치가 있는 정보는 대부분 누군가 많은 노력을 들여 생산한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활용할 때에는 다시 한 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