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애브덕션 통해 논리적 진실 찾기

드래곤플라이
가와이 간지 저·권일영 역·작가정신·1만4000원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누구나 믿는, 증거가 명확한 진실이란 것도 파고들면 조각조각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잠자리가 많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세 아이는 함께 거대한 잠자리를 보았다. 고대에 살았다는, 이미 멸종해버린 1미터 크기의 잠자리를.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있다. 여전히 믿는다. 아니 믿어야만 한다. 세 사람의 소중한, 결코 깨지지 말아야 할 추억이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이 된다.

<데드맨>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가와이 간지(河合莞爾)의 <드래곤플라이>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강변에서 내장이 모두 사라진 채 불에 탄 시체가 발견된다. 가부라기 형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유일한 단서인 은목걸이를 따라 잠자리의 낙원이라 불리는 군마현의 산골마을 히류무라에 이르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이즈미는 어릴 때부터 친구인 유스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죽은 유스케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이즈미는 모든 악의 근원인 마을 촌장 다누마를 함께 죽이기로 한다.

히류무라는 곧 물에 잠기게 된다. 자연보호보다는 경제논리가 앞선다. 오랜 세월을 끌어 온 댐 건설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도 치솟았다. 미해결된 의문의 살인사건이 있었고, 아무도 살지 않는 주택들이 지어지기도 했다. 댐 건설을 둘러싼 이권은 엄청나다. 가부라기 형사팀은 사건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추적한다. 이즈미의 부모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죽은 시체는 과연 유스케일까.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믿고 싶은 것으로 기억을 바꾸기도 한다.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습니다. 깔끔하게 앞뒤가 맞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 그게 진실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가부라기 형사팀은 눈앞에 보이는 진실, 아니 사실을 무조건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의외의 증거나 부조리한 상황을 놓고 합리적인 설명을 찾으려 갖은 시도를 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을 해명할 수 있는 설명을 찾는 과정은 때로 황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다다른 진실은 처음에 상상했던 사건의 진상과는 매우 다르다. 처음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을 찾아내는 이런 추론법을 애브덕션(Abduction)이라고 한다. <드래곤플라이>는 애브덕션을 통해 기이하게 보이지만 가장 합당하고 논리적인 진실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사회파이지만 정통적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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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드래곤플라이>는 인간에게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네안데르탈인을 죽이고 인간이라는 종에서 유일하게 남은 크로마뇽인의 후손인 현생인류에게는 살인의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에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인간 종족을 모두 죽여버린 우리들. 원초적 기억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지금도 우리는 살인을 하는 것일까. 그렇기에 인간은 언젠가 살인의 욕망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경찰이라는 법적 도구를 이용하여 강력하게 막아야만 한다. 경찰 오타쿠에서 형사가 된 가부라기의 부하 히메노는 그렇게 말한다. 살인의 이유, 그리고 인간이 반드시 택해야 할 길에 대해서.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