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미스터리 소설, 제목에 가려졌네

유곽 안내서
마쓰이 게사코 저·박정임 역 피니스아프리카에·1만3000원

제목만으로 보면 미스터리라기보다 일종의 풍속서 같은 느낌이다. 유곽은 몸을 파는 여성을 한 구역에 모아 영업하는 곳을 말한다. 일본에서 16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후 에도의 요시와라, 교토의 시마와라, 오사카의 신마치 등이 유명했다. 요시와라는 입구가 하나뿐이며, 수로로 둘러싸인 2만평 정도의 공간이었다. 속세와는 약간 다른 내부의 규율과 법으로 움직이는 별세계.

마쓰이 게사코의 <유곽 안내서>는 제목처럼 유곽이 어떤 곳인지, 일단 입구를 들어가면 어떤 경로로 유녀를 만나게 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정보를 나열하기만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한 남자가 있다. 요시와라에 들어간 남자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질문을 한다. 유곽에는 고급 유녀인 오이란, 오이란의 시중을 드는 신조, 일종의 매니저라 할 반토신조, 오이란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야리테 등 다양한 역할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다. 남자의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한때 요시와라 최고의 오이란이었던 가쓰라기.

가쓰라기는 몇 달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입구가 하나뿐인 요시와라에서 행방을 감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사랑의 도피행을 시도한 유녀는 이내 잡혀와 심한 벌을 받고 내쳐진다. 가쓰라기는 대체 어디로,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남자는 요시와라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가쓰라기가 소속된 마이즈루야의 주인, 요시와라 최고의 인기남 등 관련된 모든 이에게 가쓰라기에 대해 묻고 듣는다. 가쓰라기에 대한 첫인상부터 어떻게 요시와라에 오게 되었는지, 오이란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녀의 남자들에 대해서도.

<유곽 안내서>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매 장마다 화자에 따라 말투가 바뀌고, 가쓰라기에 대한 이야기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읽다 보면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처럼 각자 자신이 본 가쓰라기를 다르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 말을 통해서 가쓰라기의 이미지가 하나 둘 형성된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궁금한 것이 있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일까. 원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가쓰라기의 행적을 이토록 치밀하게 추적하는 것일까. 가쓰라기와 남자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가쓰라기라는 여인에 대한 수많은 진술을 읽다 보면 마침내 수수께끼가 풀린다. 그러니까 <유곽 안내서>를 읽고 나면 단지 유곽에 대해 알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가쓰라기라는 여인의 모든 것에 대해 알게 된다.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신비한 여인에 대해서.

북리뷰

나오키상 수상작인 <유곽 안내서>는 마지막까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인 동시에 유곽이라는 기이한 공간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요시와라에 오고, 살게 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얼추 들여다볼 수 있다. ‘서로의 거짓말로 굳게 성립되는’ 유곽의 연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고.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이 분출되는 유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하지만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건 결국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