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매춘 사건 속을 하나씩 들춰보니…

스트립 잭
이언 랜킨 지음·최필원 옮김·오픈하우스·1만3000원

제목인 ‘스트립 잭’은 카드 게임 ‘스트립 잭 네이키드’에서 가져왔다. 상대편의 패를 모두 빼앗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경찰의 고급 윤락업소 단속에서 적발된 하원의원 그레고르 잭. 극비로 진행되었지만 밖에는 이미 기자들이 늘어서 있다. 촉망받던 하원의원 그레고르 잭은 순식간에 스캔들에 휘말린다. 정보를 흘린 사람은 누구일까?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언 랜킨의 <스트립 잭>은 존 리버스 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영민하지만 까탈스럽고 대인관계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중년의 형사 존 리버스. <매듭과 십자가>로 시작된 존 리버스 시리즈는 영국에서 매년 팔리는 범죄소설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더 타임스>에서 존 리버스를 ‘범죄문학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상찬할 정도이며, 스코틀랜드를 무대로 펼쳐지기에 ‘타탄 누아르’라 불리기도 한다.

어둡고 잔혹한 사건들이 펼쳐지던 전작들에 비하면 <스트립 잭>은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국회의원의 스캔들 정도야 살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에든버러대학의 교수가 가진 희귀본 책을 절도당한 사건과 비교해도 별것 아니다. 그런데 하나씩 패가 드러날 때마다 점입가경이다. 잭은 명문가의 딸 엘리자베스와 결혼했다. 배경만이 아니라 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엘리자베스는 자유분방하고 기분파인 파티광이다. 그런 그녀가 사라지고, 시신으로 발견된다. 잭과 엘리자베스가 어울리던 친구들은 고서점 주인, 킬러 역을 주로 맡은 영화배우, 야비한 운송회사 사장, 그리고 아내의 목을 자르고 정신병원에 들어간 살인자까지 너무나 다채롭다.

제목 그대로, 신망 높던 의원 그레고르 잭의 패는 하나씩 까발려진다. 아내의 사회적 배경을 얻기 위해 결혼했고, 살인마 친구가 있고, 지극히 저속한 파티를 종종 열었다. 그의 패를 모두 공개하려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사소한 사건으로 시작한 <스트립 잭>은 살인사건 수사로 이어지지만 엽기적이거나 엄청 심각한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다분히 일상적인 사건이다. 너무나 흔하지만 치명적이고, 우리 누구나가 쉽게 빠지거나 저지를 수 있는 시기와 질투, 복수의 감정 같은 것들. <스트립 잭>의 존 리버스는 누구의 눈에나 선명하게 보이는 난폭한 살인자, 사악한 사기꾼이 아니라 친절하고 다정한 살인자와 사기꾼을 찾아가는 것이다.

북리뷰

<스트립 잭>은 평범해 보이는 사건의 속살 혹은 패를 하나씩 들춰보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단지 사건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존 리버스와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한껏 내보이면서 유유히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존 리버스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천재가 아니다.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는 존 리버스는 권수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변화한다. 그러면서도 냉소적이고 까칠한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고유한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금씩 세상에서 성장을 해나가는 것. 좋은 시리즈를 이어서 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주인공과 함께 독자도 성장하는 것.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