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본 시리즈, 더 할 얘기가 있을까

제목 제이슨 본 Jason Bourne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알리시아 비칸데르, 뱅상 카셀, 줄리아 스타일스, 토미 리 존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4년 전, 기자는 이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본 레거시’ 리뷰에서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후 제작될 후편에서 다시 (그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마무리했다.(992호 터치스크린) 그리고 그가 돌아왔다. 아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이슨 본.

이제는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맷 데이먼을 다시 이 시리즈의 주연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영화의 시작, 그리스와 세르비아의 국경, 투전판의 파이터로 나선 사내, 등 뒤의 총알 자국 흉터는 이 시리즈의 시작이 된 <본 아이덴티티>(2002)를 떠올리게 한다. 맞다. 어부가 건져 올린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의 등에는 총에 맞은 상처가 있었다.

영화는 그동안 시리즈를 거쳐 제이슨 본이 하나 하나 밝혀낸 과거와 미국 CIA의 ‘음모’-이른바 블랙 오퍼레이션 파일-를 첫 편부터 그와 함께한 니키(줄리아 스타일스 분)가 직접 CIA의 중앙컴퓨터를 해킹해 보여준다. 스쳐지나가듯 공개되는 ‘트레드스톤’ 계획의 1호 암살요원은 바로 제이슨 본이었는데, 니키가 해킹한 파일은 충격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그것은 데이빗 웹(제이슨 본의 본명이다)의 아버지가 이 계획의 입안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아버지는 여성 테러리스트들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게 아닌 진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외전 격인 본 레거시를 포함시킨다면)인 이번 편을 추동하는 주요 동력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해 아껴두자. 본 시리즈의 장점인 핍진성, 다시 말해 그럴 듯함은 이번 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위기의 순간에 원초적 생존본능을 발휘해 빠져나가는 본의 상황 대처능력은 언제나처럼 감탄하고 보게 되는데, 여기에 현실에서 차용한 소재들-그리스 경제위기, 줄리안 어산지의 주무대였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해커들 모임, 그리고 페이스북과 구글 백도어 스캔들을 연상시키는 CIA와 영화 속 인터넷 사업가 칼 루어의 이야기 등-에 제이슨 본의 ‘모험’이 절묘하게 교직돼 있는 것이 흥미롭다.

터치스크린

사실, 본 레거시(2012)가 나온 시점에 제이슨 본의 이야기는 전작 트릴로지로 완결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 세계를 누비다 마침내(!) CIA 국장과 맞짱 뜨기 위해 미국으로 잠입하는 본’이라는 주요 이벤트가 이번 편에서 묘사됨에도 불구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후일담 내지는 식상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사실, 더 나올 이야기가 있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번 편도 마찬가지다. 전통의 엔딩곡 ‘extreme ways’와 더불어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본을 보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통속적인 엔딩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단다(happily ever after)”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극장 문을 나설 수도 있다. 트레드스톤과 블랙브라이어 작전의 결말을 끝까지 보여준 셈이니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영화 <제이슨 본>이 새롭게 던진 떡밥인 ‘아이언 핸즈’ 작전에 다시 그가 어떻게든 엮여가지 않을까 예상된다. 관련 정보 사이트를 보니 ‘본6’ 항목이 벌써부터 만들어져 있다. 몇 년 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또 케이블 영화방송에서는 이 작품의 시작인 <본 아이덴티티>부터 줄창 방영할 것이고. 뭐라고 평가 안 해도 볼 사람은 다 볼 영화라 딱히 덧붙일 말은 없을 것 같다. 아, 한마디만 덧붙이자. 악역으로 나온 뱅상 카셀은 꽤 그럴 듯했다. 진짜 나쁜 놈처럼 보였으니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