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노령사회 노인들의 연쇄 죽음

로스트 케어
하마나카 아키 지음·권일영 옮김·현대문학·1만3800원

치매에 걸린 노인을 돌보는 일은 힘들다. 자식을 낯선 사람처럼 대하고, 힘이 세져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돌보는 사람을 쓰거나 요양원에 맡긴다면 낫겠지만, 힘들게 일하며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면 그야말로 지옥 같은 날들이 계속된다. <로스트 케어>가 말하듯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격차는 노인 격차’다. 죽음 이외에는 나아질 희망이 전혀 없으니까.

호황기에는 도심의 베드타운으로 각광받았지만 거품이 꺼진 후 노인들이 대다수가 된 야가시. 도움을 받지 않고 생활하기 힘든 노인들이 연속으로 살해당하지만 자연사로 처리된다. 누가, 왜 죽인 것일까? 소설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인 요코는 생각한다. 구원받았다고. 어머니가 죽지 않았다면 자신은 여전히 지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가족을 사랑하지만, 피폐해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폭력을 쓰거나 욕을 퍼부었다. 그건 사랑이나 도덕과는 별개의 감정이다. 노인들을 보살피는 개호 업체인 포레스트에서 일하는 시바는 생각한다.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며느리는 매일 시어머니를 돌보러 다니는 생활이 한계에 이르렀을 것이다.’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일수록 더욱 더 빠르게 마음이 침식된다.

하마나카 아키의 <로스트 케어>는 다섯 명 중 하나가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된 일본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개호’를 다루고 있다. ‘개호(介護)’는 일상에서 혼자 생활하기 힘든 이를 도와주는 행위다. 유독 야가시에서만 너무 많은 노인이 집에서 자연사를 한 것에 의심을 품은 오토모 검사가 수사를 시작한다. 오토모는 성선설을 믿는다. 날 때부터 누구나 순수하다는 믿음이 아니다. 인간은 왜 살인을 하면 안 되는가, 를 묻는 행위 자체가 선하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기에 죄책감을 갖게 되고,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이 곧 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을 죽인 범인을 만나고 오토모의 신념은 흔들린다. 오토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포레스트의 간부였던 사쿠마의 실리주의와는 또 다른, 연쇄 살인자의 치열한 신념 때문에. 살인자에게는 이유가 있다. 아니 부여받은 사명이 있다.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존엄이 있다.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존엄이 훼손되는 상태가 된다면 죽음을 부여해야 한다고.’ 도덕으로 그를 질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는, 국가는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 <로스트 케어>는 2007년 일본 최대의 개호 기업인 콤슨이 비리 적발로 48년 만에 문을 닫은 사건을 끌어들이면서, 개호 시스템 전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보험의 바깥에 놓여지고, 개정되는 법은 더욱 현실과 멀어진다. 해결의 실마리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북리뷰

<로스트 케어>는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읽힌다. 그들의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 오토모와 사쿠마를 대비시켜 사회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하면서, 살인자인 그를 통해 우리 모두의 죄를 일깨운다. 그야말로 의미심장한 사회파 미스터리다. 또한 초반을 읽으면서 대강 사건의 구조와 범인을 알겠다고 생각한 독자의 예단을 한순간에 확 무너뜨리는 본격추리의 재미도 가지고 있다. 철저하게 계산된, 그 이상으로 철저한 문제의식으로 독자를 뒤흔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