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6.02.16ㅣ주간경향 1163호
시사 2판4판
응답하라, 불쌍 배틀
글·윤무영 그림·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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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2판4판]응답하라, 불쌍 배틀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을 놓고

동룡 나 어제 독서실 카디건 누나한테 고백했다가 까였다. 정말 불쌍하다.(마지막 피자 한 조각을 잡으려 한다.)

덕선 (동룡이 손을 치며) 나, 반지하 살아!

동룡 정환이 3년 전까지 단칸방에 살았는데.

덕선 우리 언니 성보라야!

동룡 얘네 형, 김정봉!

덕선 에이.

정환 왜, 나는 우리 형이 좋은데.

덕선 그럼 됐지. 이 거 나 먹는다.

청기와 안 돼!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은 약자에게 줘야지.

덕선 약자라면?

청기와 저기 봐봐! 동네 상권까지 노릴 정도로 지금 힘들게 사업하고 있는 재벌. 정규직 노동자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야. 그리고 저기 맨몸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진박. 비박들 때문에 크지도 못하고 있어. 정말 불쌍하지?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으로, ‘불쌍 배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있다. 피자 한 조각을 놓고 서로 자기가 불쌍하다며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늘 그렇게 하듯 ‘불쌍 배틀’에 끼어들 조짐을 보인다. 그런데 이 배틀에 최고권력자까지 끼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회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발언만 봐도 그렇다. 이 시대의 진정한 약자들은 불쌍 배틀에 끼어들 틈조차 없다.

<글·윤무영 그림·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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