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어린이 ‘글짓기’ 대회

우정사업본부는 어린이의 정서함양과 글쓰기 실력 그리고 창의력 향상을 돕기 위해 ‘우체국예금보험 어린이 글짓기대회’를 개최한다. 대회 참가 대상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다.

참가자는 시 또는 산문 형식으로 우체국저축, 우체국보험, 우체국택배, 가족, 이웃사랑 등 5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정해 200자 원고지 10장 이내로 작성해 오는 8일까지 전국우체국에 작품을 접수하면 된다. 작품 수는 1인 1점으로, 직접 창작해 직접 손으로 쓴 작품이어야 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상장과 장학금 100만원을 수여한다.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입선 등 수상자 1131명 모두에게 기념메달과 상품을 증정한다. 교사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글쓰기를 홍보하고 학생 참여에 기여한 9명을 선정해 지방우정청장 감사패와 상금을 수여한다. 대회가 끝난 후 장려상 이상 입상작은 작품집으로 발간해 전국 초등학교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22회 ‘우체국예금보험 어린이 글짓기 대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필자는 직업상 상대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이다. 새로 만난 사람 중에 어떤 이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사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는 게 제일의 방법이다. 누가 여기에 이론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글쓰는 행위나 작업을 통상적으로 ‘글쓰기’라고 하지 않고 ‘글짓기’라고 한다. 백일장과 같이 경합을 하는 경우 반드시 ‘글짓기’라고 명명한다. 또 소설이나 시집 등 책을 펴낸 사람을 ‘글쓴이’가 아니라 ‘지은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도 세울저(著)자를 써서 저자라고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짓다’라는 동사의 어원적 분석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될지 모르겠다.

단어에는 어원이 있다. 그 근원을 알면 단어의 무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짓다’는 세우거나 만드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집이라는 단어도 ‘짓’에서 나왔다. 짓은 집의 옛말이라는 얘기다. 짓은 지붕에 올린 짚이 변형된 것이다. 짚을 지붕에 올리는 게 집짓기였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글짓기는 글자로 집을 짓는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글쓰기란 자신의 주장을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하고 조립하는 것이다. 글자가 집의 재료라면 글의 의미는 아름다운 건축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소재 선택이 중요한 것처럼 글짓기도 마찬가지다. 보통 친숙할수록 좋은 글의 소재로 여긴다. 누구나 쉽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말 ‘짓다’라는 동사 자체가 훌륭한 글의 소재가 된다는 점이다. ‘짓다’의 쓰임이 너무나 다양하다. 우선 의식주다. ‘짓다’는 ‘집을 짓다’, ‘밥을 짓다’, ‘옷을 짓다’와 같이 의식주에 해당하는 명사 뒤에 공통적으로 붙을 수 있는 동사다. 세계 어느 나라 말도 한국어 ‘짓다’와 같이 다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분화돼 사용된다. 집은 세우고 옷은 깁고 밥은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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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짓다’의 활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표정짓다’, ‘미소짓다’, ’울음짓다’, ‘죄짓다’, ‘이름짓다’ ‘약짓다’, ‘농사짓다’, ‘짝짓다’, ‘구분짓다’ 등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그 활용도가 의식주의 활동 범주를 훌쩍 뛰어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짓다’라는 하나의 동사가 사고와 판단(구분, 죄), 감정(표정, 미소, 울음), 생활(농사, 이름, 약, 짝) 등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짓다의 관용적 표현들 자체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생활 이야깃거리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