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우정사업 ‘ICT정책 해우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3일 우정사업 경영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정책 해우소’를 개최했다. 물류, 금융, 행정 등 각계 우정사업 외부 전문가 20여명이 우정사업이 직면한 경영상황의 극복방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결론은 우편요금 인상, 택배사업 확대 등을 통한 우편사업 수지균형 필요, 금융사업의 전문성 강화, 성장성·수익성 중심의 신규사업 진출 등으로 모아졌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토론 내용을 우정사업 경영합리화계획(2015∼2017)에 반영키로 했다.

우정사업은 현재 4만명의 종사원이 전국 3500여 우체국에서 연 42억통의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108조원의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정부기업이다. 하지만 우편 대신 전자통신을 이용하는 ‘사이버 망명시대’에 우편사업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금융분야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기조로 금융수익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대국민 보편적 우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회의체에 붙인 이름, ‘해우소(解憂所)’에서 위기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해우소는 말 그대로 근심을 해결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해우소는 6·25전쟁이 끝난 후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 머물던 경봉 스님이 화장실에 ‘해우소’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시작됐다. 지금은 사찰의 화장실을 이렇게 부른다.

옛날에는 해우소 아니 뒷간이 생리현상에 따른 걱정만 해결하는 곳이 아니었다. 일상의 근심거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을지도 모른다. 물론 필자의 주장이다. 주장의 근거도 간단하다. 옛날 백성에게 최대 고민은 뭐니뭐니해도 먹고 사는 문제였다. 백성의 삶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위한 투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뒷간은 투쟁의 성과, 즉 곡식 수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비료공장’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3일 우정사업 경영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정책 해우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강성주 인터넷융합정책관, 우정사업본부 박종석 경영기획실장, 김병수 우편사업단장, 신대섭 경영총괄담당관 등이 참석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하늘만 바라보며 농사를 짓던 시절, 똥과 오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거름재료였다. 거름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속담이 있다. ‘밥 한 사발은 줘도 한 삼태기 똥은 주지 않는다’는 게 그것이다. 속담은 옛날 ‘똥 인심’이 야박했다는 생활정보도 제공한다. 간혹 이웃집에 들렀다가 용변을 봤다면 그 식구 중 한 사람은 용변을 본 사람집에 가서 ‘똥빚’을 갚는 게 조선시대의 생활상이다. ‘야박한 똥 인심’은 역설적으로 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이다.

똥과 오줌의 가치가 결코 과대평가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료들도 적지 않다. 임오군란 때 청나라를 끌어들인 김윤식이 제주목사를 지내며 쓴 일기 <속음청사>도 그 중에 하나다. “관군과 외세가 대항하던 제주 의병항쟁 와중에도 (병사들이) 뒤를 볼 때는 집에 있는 (똥)돼지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도 용변을 보기 위해 ‘탈영’을 했다는 얘기다.

‘똥거래’나 ‘용변 장소 가리기’를 이처럼 분명히 했던 이유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거름과 사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풍족한 거름을 가질 수 있는 집은 많지 않았다. 많은 식솔과 가축을 거느린 높은 자리에 있는 관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고관대작은 똥과 오줌을 부의 재분배 수단으로 활용했다. 평안도 일부 지방에서는 ‘똥 서리’ 풍속이 있었다. 이 지역 백성들은 정월 초하룻날에 ‘똥 부잣집’의 두엄을 훔쳤다. 이것은 재해예방과 풍년을 기원하는 하나의 의식이었다. 도둑맞은 부자는 결코 두엄의 절도행위를 문제 삼지 않았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가난한 백성을 위한 ‘비료 무상 지원’인 셈이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눠쓰는 조상의 지혜에 새삼 감탄한다.

우정(郵政)이야기 구독

이날 ‘ICT정책 해우소’도 우정사업본부만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과 걱정을 덜 수 있는 ‘정책의 비료공장’이 되길 새삼 바란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