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쥬라기월드>-공룡 틈 비집고 나오는 거대기업들

1993년 ‘쥬라기공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호박 속 모기로부터 수천만년 전 공룡의 DNA를 채취해 공룡을 되살린다. 당시 공룡이 스크린에서 뛰노는 모습은 획기적이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22년이 흘렀고 관객들은 공룡에 식상해졌다. 스필버그는 어떤 대안을 내놓았을까.

영화 속 ‘이노베이션 센터’ 책임자 클레어는 말한다. “새로운 종류의 볼거리를 내놓을 때마다 입장객이 확 늘어요.” 스필버그의 선택은 유전자 조작이었다. 각 동물들로부터 추출한 우수한 유전자를 조합해 새로운 공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리하면서도 잔악한 신종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다. 위장술을 쓸 수도 있고, 적외선 감지기도 피한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 덩치가 크면서도 벨로키랍토르보다 영리하다. 개구리의 적외선 보호 염색체, 오징어의 피부색 변화 염색체,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와 벨로키랍토르의 염색체를 합친 결과다.

22년 전 개장도 못하고 문을 닫았던 ‘쥬라기 공원’이 ‘쥬라기 월드’로 문을 열었다. 쥬라기 월드는 하루 2만명이 찾는 테마파크로 성장해 있다. 더 많은 볼거리를 위해 새로운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를 만들어낸다. 인도미누스 렉스란 ‘길들여지지 않는 공룡’이라는 뜻이다. 인도미누스 렉스는 대중에 공개가 되기 전 사육장에서 탈출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이는 것이 취미다. 공룡사육사 오웬이 인도미누스 렉스의 살육을 막기 위해 나선다.

쥬라기월드는 쥬라기공원의 오마주(좋아하는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영화에서 대사나 장면을 베껴오는 것)가 많다. 1976년생인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어릴 때 ‘쥬라기공원’을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쥬라기월드는 공룡들의 천국이면서 동시에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의 천국이다. PPL이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소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켜 간접홍보를 하는 것을 말한다. 쥬라기월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PPL은 삼성전자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방문객 센터의 명칭은 ‘삼성이노베이션 센터’다.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페덱스도 PPL에 합류했다. 차량은 죄다 매르세데츠-벤츠다. 전작인 ‘쥬라기공원’에서는 포드와 지프였다. PPL은 직역하면 ‘제품 배치’다. 원래 영화를 만들 때 각 장면에 사용되는 소품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는 것을 뜻했다. 영화에 관련 제품이 나간 뒤 매출이 급상승하자 기업에서 먼저 제품을 협찬하거나 제작비를 대면서 간접광고로 발전했다.

스필버그는 PPL로 쏠쏠한 재미를 봐왔다. 영화 ‘ET’에서 엘리엇은 ET에게 허쉬초콜릿을 준다. ET 성공을 타고 허쉬의 판매량도 수직상승했다. 포레스트 검프가 신는 운동화는 나이키다. ‘백투더 퓨처2’에서 신발끈이 자동적으로 조여지는 신발도 나이키다. 펩시콜라도 PPL을 많이 활용했다. ‘백투더 퓨처2’ ‘월드워Z’ ‘데스티네이션’ 등에 나온다.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는 오일뱅크 주유소가 등장한다. 영화 ‘괴물’의 하이트 맥주, ‘공동경비구역 JSA’의 초코파이는 성공한 PPL로 분류된다. 국내방송은 2010년부터 PPL이 허용됐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PPL을 쓸 수 없고, 해당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를 넘길 수 없다. 프로그램 전에 반드시 PPL 여부를 밝혀야 하고, 해당제품을 언급하거나 구매나 이용을 권유하는 것은 금지된다.

영화 속 경제

영화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그렇다고 PPL을 마구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영화 흐름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PPL은 드라마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성공할 수 있다. 무의식 중에 관객에게 파고든 상품의 구매력은 힘이 세다. 쥬라기공원의 PPL들은 어떤 성적표를 낼까.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