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녹터널-괴물과 형사의 액션 스릴러

녹터널
스콧 시글러 지음·조영학 옮김·RHK·1만5000원

최근 국내에서 웹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종이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연재소설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도시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존재와의 싸움을 그린 스릴러 <녹터널>이 발표된 경로는 더욱 흥미롭다. 소셜 미디어 전략가로 일했던 스콧 시글러는 2005년 소설 <어스코어>를 팟캐스트로 공개했고 이후 발표하는 모든 소설도 같은 방식으로 독자를 만났다. <녹터널>은 2007년 팟캐스트로 먼저 발표됐고, 2012년 크라운출판사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팟캐스트로 발표된다는 것은 오디오북처럼 듣는 소설이라는 의미다. 팟캐스트를 통해 각종 시사정보와 논평, 개그 등을 듣는 것은 익숙하지만 소설은 어떨까. 낭독이라는 형식은 비교적 흔하지만 스릴러 소설을 음성으로 듣는 것은 색다른 경험일 것 같다. 배경과 효과음이 들어가는 라디오 드라마와도 다를 테고.

<녹터널>은 한 번 듣기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분량인 짧은 챕터가 연속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녹터널>은 숨가쁘게 읽힌다.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은 훨씬 구체적이고 감각적이어야 한다. 주고받는 농담과 다툼, 강렬하게 진행되는 액션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더욱 더.

<녹터널>은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다음 상황과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릴러는 팟캐스트용으로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 번 들어보고 싶어진다.

<녹터널>은 초자연적인 괴물과 형사가 등장하는 액션 스릴러이자 호러물이다. 5명의 범죄자를 임무 중 사살하여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형사 브라이언 클로저와 언젠가는 형사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며 늘 진기한 소잿거리를 찾아다니는 파트너 푸키. 언젠가부터 클로저는 누군가를 추격하고 죽이는 꿈을 꾼다. 그리고 한 살인현장에서 어젯밤의 꿈과 똑같은 광경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학교에서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렉스는 그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그의 은밀한 욕망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녹터널>은 클로저와 렉스가 꾸는 꿈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적인 사건으로 일어나고 도시의 오래되고 끔찍한 역사와 맞물려 들어가는지를 탁월한 속도감으로 그려낸다.

인간을 사냥하는 다른 존재들은 클라이브 바커의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에 나오는 태곳적의 괴물을 연상시킨다. H.P.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까지 근원이 닿아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들. 이형 괴물들이 출몰하는 <녹터널>이지만 중반까지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형사물처럼 전개된다. 단서를 찾아내지만 계속해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저지당하고,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형사들의 고군분투. 적절한 유머와 잔혹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는 잔인한 장면들의 조화도 좋다.

북리뷰

<녹터널>은 온갖 괴물들이 낭만적으로 활약하는 영 어덜트(Young-adult) 소설을 처절하고 냉소적인 성인들의 하드보일드 모험담으로 바꿔낸 오락물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