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인구 1%가 돌연변이 천재라면

브릴리언스
마커스 셰이키 지음·정대단 옮김 황금가지·1만5800원

스파이더맨, 헐크, 엑스맨 등 슈퍼히어로가 만화를 넘어 할리우드의 영웅으로 자리 잡은 21세기지만 뮤턴트나 슈퍼 휴먼이 실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거나 시공을 초월하거나 분노하면 초록 괴물이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번트 증후군이 보통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이라면 어떨까?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나 행동을 반복하는 등 장애를 가진 대신 수학과 예술 등 특정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숫자를 암기한다거나 듣기만 하면 모든 음악을 연주하는 등등. 보통의 인간보다 탁월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가 장애 없이 태어난다면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범죄 스릴러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 입힌다>로 데뷔한 마커스 셰이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돌연변이를 상상했다. 1980년대부터 ‘브릴리언트’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미세한 동작과 표정을 읽어 사람의 생각을 알아낸다거나, 복잡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관계를 파악하여 결론을 도출한다거나, 3차원 패턴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파악하는 천재적 능력을 가진 아이들. <브릴리언스>의 돌연변이들은 흔히 말하는 ‘천재’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천재들이 동시에 태어나 인구의 1%가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엑스맨>이 제시했던 세계를 <브릴리언스>는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브릴리언트가 30대가 된 지금 IT, 의료, 예술과 문화 부문은 현저하게 변했다. 브릴리언트의 능력에 따라 세계가 움직이게 된 것이다. 주식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으로 백만장자가 된 에릭 엡스타인은 와이오밍주의 방대한 토지를 구입하여 브릴리언트의 국가인 ‘뉴 가나안’을 만든다. 테러리스트 존 스미스는 상원의원 등 수십 명을 학살하며 ‘보통 인간’에 대한 투쟁을 선언한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생각의 패턴을 읽어낼 수 있는 닉 쿠퍼는 브릴리언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세워진 공정국의 정예요원이다. 위험한 브릴리언트를 추적하여 영장 없이 체포하거나 죽일 수도 있는 초월적인 권력을 가진 조직의 일원. 브릴리언트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 쿠퍼는 존 스미스를 잡기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세운다.

<브릴리언스>는 범죄소설 작가가 쓴 슈퍼히어로물이자 대체역사물이다. 브릴리언트가 단지 몇 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집단’으로 사회에 존재하게 되었을 때 과연 기존의 국가와 정부 그리고 대중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 평화는 공존을 통해서 오는가, 통제를 통해서 오는가.

<브릴리언스>는 가장 위험한 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려내는 동시에 위협적인 ‘집단’이 국가의 내부에 존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군인의 자식으로 태어난 쿠퍼는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브릴리언스>는 쿠퍼의 믿음을 시험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북리뷰

모호한 도덕과 정의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어느 편을 택할 것인가. 가장 현실적인 슈퍼히어로의 모험담 혹은 현실분석을 보고 싶다면 <브릴리언스>를 읽어야 한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