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의 사회]유죄 사건의 재산적 이익, 왜 제재 못하나

삼성SDS의 경우 범죄를 직접 실행한 이학수, 김인주와 이를 지시한 이건희에 대해서는 형벌이 선고되었으나 이 범죄의 궁극적 목적이었던 재산상 이익의 부당한 이전 및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시정이 없었다. 이재용 3남매는 이 범죄 수익을 지금도 누리고 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 저가발행을 통해 부당하게 막대한 금액의 재산적 이익을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이학수, 김인주 등 삼성의 전·현직 임원들과 이재용 3남매에 대한 사회적 눈초리가 따갑다. 이들이 회사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받은 임금에 대해서야 그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다. 그러나 범죄의 대가로 얻은 수익을 계속 누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것 자체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범죄가 성공하면 그 수익은 영원히 누릴 수 있다’거나 심지어 ‘범죄가 일부 발각되어도 잘만 하면 그 수익은 영원히 누릴 수 있다’는 잘못된 교훈을 남겨 미래에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유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이 범죄수익에 대해 심각하게 그 처리를 고민해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용 3남매의 불법적 수익을 부정하는 것은 이들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그 재산의 형성 자체가 위법했기 때문이고, 이것을 방치할 경우 마치 그것이 합법적인 행위인 것처럼, 혹은 사회가 어쩌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행위인 것처럼 왜곡된 신호를 보내서 또 다른 범죄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0’ 행사장에서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일가. | 연합

범죄의 목적 달성되고 여전히 유지
이 문제는 사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삼성 특검을 통해서 요란법석을 떨면서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 등 삼성의 전·현직 임원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들이 발생시킨 범죄수익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 이들 범죄수익을 지금 시점에서 환수한다는 것이 마땅할 듯 보이기는 하지만 과연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우리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의 저지를 뚫고 과연 그것이 법률로 제정되고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지 정말로 얽히고설킨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 범죄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의해 이재용 3남매를 위해 이학수, 김인주 등 전·현직 임원이 저지른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행위다. 이는 2009년 8월 14일에 있었던 이 사건 최종 판결인 2009노1422의 판결문 제39쪽에서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이 재판을 통해 범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있었지만, 부당한 재산적 이익의 전달 및 향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회적 제재가 없었다. 즉 범죄의 목적은 달성되었고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그럼 이 재산적 이익에 대해서는 왜 사회적 제재가 없었고, 만일 이에 대한 사회적 제재를 도입하려면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먼저 범죄와 형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물론 필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하의 논의는 엄밀한 법적 논증이라기보다는 사회과학자의 감상문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범죄란 그 행위가 내포하고 있는 반사회적 효과 때문에 사전에 어떤 사회가 명시적으로 금지한 행위를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형벌이란 이런 범죄가 있는 경우 그 행위자에게 일정한 제재 또는 이익의 박탈이라는 형태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이란 원칙적으로 범인과의 연계성 하에서 성립하는 것이고, 그 적용 대상도 범인 또는 그 범인이 통제하고 있는 재산적 이익이 된다. 즉 형벌은 기본적으로 대인적(對人的) 제재인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논리체계로 범죄에 대한 유인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남에게 이익을 귀속시킬 목적으로 범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범인의 반사회적 행위는 범인에 대한 직접적 제재, 즉 형벌로 어느 정도 통제될 수 있다. 그러나 범죄행위에 의해 이익을 누리는 자에 대한 제재가 없는 경우, 범죄의 목적은 성취되는 것이므로 이런 범죄를 저지를 유인은 억제되지 않을 수 있다. 삼성SDS의 경우를 예로 들면 범죄를 직접 실행한 이학수, 김인주와 이를 지시한 이건희에 대해서는 형벌이 선고되었으나 이 범죄의 궁극적 목적이었던 재산상 이익의 부당한 이전 및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시정이 없었다. 이재용 3남매는 이 범죄수익을 지금도 누리고 있다. 범죄의 목적은 유효하게 달성되었고, 그 결과는 지속되고 있다.

민사적 환수 절차를 통해 이익 박탈해야
필자는 바로 이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형벌로 다스리려고 할 경우 형벌이 가지는 대인적 특성이라는 제약 때문에 범죄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범죄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3남매가 누리는 범죄수익을 사회적으로 부정해야 하는데, 이재용 3남매가 직접적으로 범죄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벌의 수단을 동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물론 이재용 3남매가 범죄의 정황을 알고도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취득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 그 행위를 비난의 근거로 삼아 형벌을 가할 수는 있다)

이런 불비함을 해결하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대물적(對物的) 속성을 가지는 통제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회적 통제는 범인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와 연관된 물건에 대해 적용된다. 즉 “이 물건(또는 재산, 이익 그밖의 권리 일체)은 범죄와 연계된 것이니 그것에 대해 누구도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고 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유인을 추가로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미워하는 것”이고, “죄는 사해지더라도 죄의 결과는 기워 갚아야 하는 것”이라는 논리와 비슷하다.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논리를 활용해 범죄행위에 대처해 왔다. 독일은 범죄가 제3자를 위해 행해졌고, 그 결과 제3자가 실제로 이익을 얻었으면 그 이익도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은 별도의 민사적 환수절차를 통해 범죄와 연루된 재산 그 자체를 범죄와 연관된 환경으로부터 제거하여 국가로 귀속시키고 있다. 이 제도의 장점은 그것이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재판 유무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고, 일사부재리나 형벌불소급의 원칙에서 자유스러워서 과거에 있었던 범죄행위의 결과가 지금까지 지속되는 경우에도 보다 법리적으로 용이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상식의 사회

이재용 3남매의 불법적 수익을 부정하는 것은 이들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그 재산의 형성 자체가 위법했기 때문이고, 이것을 방치할 경우 마치 그것이 합법적인 행위인 것처럼, 혹은 사회가 어쩌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행위인 것처럼 왜곡된 신호를 보내서 또 다른 범죄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번 기회에 한 걸음 더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길 기원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약속한 기본적 가치인 헌법의 정신을 새로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