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라면 먹고 갈래?” 1월 초 한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포스터다. 별다른 설명은 없다. 한 여성이 가스레인지에 라면을 끓이고 있다. 밑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올 겨울 오빠들에게 찾아온 인생 역전의 기회.” 두 번째 포스터에는 오뚜기 참깨라면 사진이 붙어 있다. 식품 선전 광고? 이 포스터의 출처는 서강대학교로 되어 있다. 서강대학교 학교 홈피 정도에서 가져왔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누리꾼은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광고를 발견했다. 라면 온라인 구전광고가 아니라면 도대체 뭘까.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뮤니티를 넘어 계속됐다.
사실 이 광고는 올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13년 말, 한 대학생연합동아리가 내건 행사 광고다. ‘오빠 라면 먹고 갈래?’는 ‘썸’타는 남녀 사이의 밀당을 대표하는 인터넷 밈(meme)이다. 이 대학생연합동아리 관계자가 영민하게 단체행사 홍보로 이용한 것.
그런데 앞의 게시물 밑에는 이런 ‘댓글’이 붙어 있다. “ㅁㅇ수련원 광고네요. ㄷㄷ 조심해야 할 곳.” 뭘까. 앞의 대학생연합동아리가 주최하는 행사는 ‘마음수련 대학생 캠프’다. 홈페이지나 SNS 상의 캠프 안내를 보면 여름방학·겨울방학 기간 중 1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 행사이며, 일주일간 진행하는 명상수련 캠프다. 참가비는 18만원. 그런데 캠프가 진행되는 장소를 보니 충남 논산 계룡산 자락에 있는 마음수련원 센터다. 마음수련원 관련 행사라는 것은 맞다.
인터넷에서 보면 “명상수련 등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신흥종교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많다. 마음수련은 ‘우명’이라는 호를 사용하고 있는 우승철씨가 지난 1996년 창시한 수련방법이다. 마음수련회가 창립된 것은 1997년. 올해로 18년째다. 옹호하는 쪽에서는 “(우명은) 1996년 마음수련을 창시한 뒤 마음과 진리에 대한 일깨움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2002년 ‘마하트마 간디 평화상’을 수상하고 세계 평화대사로 위촉된 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SNS 상에서 대학생 캠프 참가자들의 인터뷰 영상 등을 보면 프로그램에서 주로 하는 내용이 우명이 창시했다는 ‘마음빼기’라는 방법론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같은 단체의 대학생 대상 캠프인 것도 사실로 보인다.
오뚜기는 왜 이 행사에 협찬했을까. 오뚜기 관계자는 “당시 행사 주최 측에서 겨울방학을 맞아 요즘 취업도 어렵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학생들을 위해 힐링을 할 캠프를 준비하는데, 홍보를 진행할 때 라면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당시 참깨라면이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제품이어서 프로모션용으로 소량 물량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마음수련 대학생 캠프 관계자와 통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공개된 공식 연락처로 연락을 취했다. 기자는 캠프와 우명의 마음수련회의 관계 및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관계자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며 “메일로 질문을 보내라”고 답했다. 질문 내용에 대해 메일을 받은 대학생 캠프 관계자는 하루 뒤 이뤄진 통화에서 “대학생 캠프는 대학생에 특화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며 “마음수련원과 관련된 질문은 본원이 답할 사항이지 우리가 답할 내용이 아니다, 답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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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