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눈요정마을 대모험 -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사람의 만족도는

크리스마스 때는 누구나 선물을 기대한다. 뽀롱뽀롱 숲의 뽀로로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눈사람을 만들고 트리를 만든다. 커다란 양말을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산타할아버지는 뽀로로 친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실까.

카봇, 또봇, 파워레인저, 꼬마자동차 타요…. 많은 어린이용 캐릭터가 있지만 역시 최고의 콘텐츠는 ‘뽀통령’인 꼬마펭귄 뽀로로다. <눈요정마을 대모험>은 뽀로로의 두 번째 극장판 시리즈다. 러닝타임이 35분밖에 안 되는 중편 애니메이션으로 2011년부터 에버랜드 뽀로로 전용극장에서 상영된 10분 길이의 어드벤처 3D영상을 확장했다.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

[영화 속 경제]눈요정마을 대모험 -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사람의 만족도는

장난꾸러기 뽀로로는 척척박사 여우인 에디가 만든 슈퍼썰매에 조작법도 모른 채 올라탔다가 ‘눈요정 마을’까지 가게 된다. 뽀로로를 도우려던 에디와 친구들도 얼떨결에 눈요정 마을에 간다. 눈요정 마을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눈요정 마을에서 만든 눈 한 송이가 용암괴물의 식사인 ‘지글지글 수프’에 떨어진다. 단 한 송이의 눈송이로 수프가 싸늘하게 식어버리자 용암괴물은 분노한다. 용암괴물은 눈요정들을 없애려 눈마을을 공격한다. 뽀로로와 친구들도 이 소란에 휩싸인다.

에디는 뽀로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슈퍼썰매를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하면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선물이다. 언제부터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시작됐을까.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황금, 유향, 몰약을 준 것을 그 기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양말에 선물을 주는 것은 서기 4세기 동로마 제국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역에 있던 성 니콜라우스가 시초로 알려져 있다. 한 가난한 집의 세 딸이 지참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성 니콜라우스가 몰래 그 집 굴뚝으로 올라가 금주머니를 떨어뜨렸는데, 이 금주머니가 때마침 벽에 걸어둔 양말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은 현대로 넘어와 마케팅 시즌으로 승화됐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영국의 ‘박싱데이’(boxing day) 기간에는 연중 최고 규모의 빅세일이 진행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11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다.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누구나 큰 기대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상대방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엘 월드포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때 받은 선물을 평가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선물의 가치를 구입가의 67~90% 정도로 생각했다. 즉 10달러짜리 선물이라면 6~9달러 정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이다. 상품이 원래 가치보다 낮게 평가됐는데 이것을 크리스마스 선물의 자중손실 이라 부른다. 자중손실이란 그 자체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선물은 어지간해서는 받는 사람에게 100% 만족을 주기 힘들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거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 아닌 이상에야 값어치는 100을 넘기 어렵다.

선물의 자중손실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 현금이다. 현금은 객관적인 가치가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같은 값으로 느낀다. 하지만 선물에 정서적 가치가 있다고 보면 돈으로 주는 것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상품권이다. 상품권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선물의 효용은 높이면서 선물의 의미도 잃지 않은 일석이조의 선택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중 자중손실이 일어나지 않는 선물도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돈 들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올 크리스마스에도 흰 눈이 내릴까. 뽀로로와 친구들이 구해준 눈요정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경제

선물은 어지간해서는 받는 사람에게 100% 만족을 주기 힘들다. 크리스마스의 자중손실이 발생하는 이유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