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가슴은 볼링공”…‘섹슈얼 토크’ 실패한 까닭은?

“아니요 누나 왜 볼링 못 쳐요. 가슴이랑 엉덩이에 볼링공 4개 달고 다니면서.” 11월 하순, 누리꾼 화제를 모은 카카오톡 캡처 글이다. 야한 농담이다. 누리꾼 용어로 섹드립이다. ‘누나’의 반응은?

11월 하순,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섹슈얼 토크 실전 적용사례. | MLBPark

캡처된 사진은 여기서 끝나 있다. 실패였다. 이 카톡 캡처사진에 누리꾼이 붙인 이름은 ‘교과서에 충실한 남자의 대화실패.jpg’였다. 카톡 사진과 함께 ‘교과서’ 사진이 제시되어 있다. 다음은 책 145페이지에 기술된 대화예제다.

남성: 미선아 너 볼링 좋아하니??
여성: 아니요. 왜요?
남성: 다른 건 아니고 너가 가슴에 볼링공 두 개 넣고 다니는 줄 알았어.

이건 글래머인 경우라고 책은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글래머가 아닐 경우에 책이 제시하는 모범 답안은 이렇다. “엉덩이에 볼링공 두 개 넣고 다니는 줄 알았어.”

이 교과서의 제목은 <여우를 사로잡는 문자의 기술>이다. 연애코치 곽현호씨가 지난 5월 펴낸 책이다. 저자는 이걸 ‘섹슈얼 토크’라고 했다.

사태를 정리해보면, 누군가 저 책을 읽은 남성이 ‘썸’타던 여성에게 그대로 시연해봤나 보다. 그리고 그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요지. 그런데 책에 예시해 실린 대화 내용을 보면 실제 저런 식의 드립이 통할까 의구심이 든다. 다른 대화를 인용해보자.

남: 술 먹으면 웰빙여자 되는구나. 홍당무가 웰빙이잖아.ㅋㅋ
여: 모야 개구쟁이네.
남: 개구쟁이+매력쟁이 라고 불러줘.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한줄 평은 다음과 같다. “미선이 손발 오그라들어서 사망” 미선이는 좀 전 볼링공女 대화 속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이다. 저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 논란을) 봤어요. 그런 드립도 타이밍을 맞춰서 해야 하는데 뜬금없이 하니까 망하는 거죠. 캡처된 대화내역을 보면 별로 친하지도 안거니와 이성적인 감정도 없을 겁니다. 적어도 호감척도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 올라가야….” 전직 픽업아티스트이자 연애코치라고 불러달라는 곽현호씨(31세)의 말이다.

이전까지 방송 등에서 그에게 붙던 수식어는 ‘1000명의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데 성공한 남자’라는 것이었다. 1000명이면 하루에 한 명 씩 매일 ‘작업’해도 3년이 넘는 기간이다. 나이를 고려하면 달성가능한 일일까. “물론 직장에 다닐 땐 매일 할 수는 없죠. 키스해본 정도까지를 ‘성공’이라고 한 겁니다. 그건 하루에 5,6명도 가능하거든요.”

의문은 꼬리를 문다. 저 대화는 실제 실전에서 성공한 케이스를 모아놓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머리 속으로 만들어낸 것? “아...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당연히 가명이고, 이전에 대화했던 것을 책에 맞춰 평서문으로 옮겨놓은 겁니다. 원래는 프리하게 쓰는 편이거든요. 이모티콘도 많이 쓰고.”

사실 저런 식으로 말을 건너는 거 거의 성희롱 수준 아닐까. “어설픈 사람이 이야기하면 당연히 철컹철컹이죠. 상대방 마인드가 열려 있어야 되는 것이고.”

농담이라고 기술한 것이 다소 닭살 돋는다는 평가도 있는데. “사실 책에 실린 내용은 3년 전쯤에 쓴 것입니다. 감질맛이 날 것입니다. 아무래도 출판된 내용이다 보니 수위도 조절해야 하니까요.”

곽씨는 자신의 책을 실전에 적용한 게 논란대상이 된 것을 은근히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댓글 다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이중성이 있지 않습니까. 뒤에서는 욕하면서도 막상 만나서는 반갑다는 사람들도 많죠. 여자들도 그래요. 여자들도 욕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지는 모르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제가 연애코치, 상담을 내걸고 있는데 여자들에게 인정받아야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저번 책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다음으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애상담 모음집이나, 제가 이혼 플래너라는 민간자격증도 갖고 있는데 이혼상담 사업도 론칭해 볼까 싶습니다. 여성부터 4,50대까지 포괄해 컨설팅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