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시간 되돌려 비밀 푸는 스릴러

옥토버리스트
제프리 디버 지음·최필원 옮김·비채·1만3800원

<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몰이를 하는 와중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출세작 <메멘토>도 개봉을 했다. 단기 기억상실증 때문에, 아내를 죽인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기는 남자. 인물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메멘토>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뒤집어서 진행되는 파격을 보여준다. 결말을 보여주고, 거슬러 올라가면서 우리가 믿었던 이유와 사건의 전개가 뒤틀려 있음을 알려준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이 뒤집어지고, 전혀 엉뚱한 이유가 존재했음을 깨달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앞부분을 더 많이 기억할수록 후반에 만나는 장면들은 경악의 연속이다.

제프리 디버의 <옥토버리스트>도 <메멘토>처럼 역순으로 진행되는 스릴러다. 스릴러는 다음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를 궁금하게 만드는 장르다.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가에 몰두하게 만드는 소설.

그런데 결말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마지막 장면을 프롤로그로 보여준 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 파국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옥토버리스트>는 일요일 저녁 6시 반에서 출발하여 금요일 아침 8시 20분까지 순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전에 집착하여 가끔 무리수를 두기도 하는 ‘반전의 제왕’ 제프리 디버는 <옥토버리스트>의 반전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마지막 단서를 알고 나면 앞부분의 모든 ‘사소한’ 상황과 대사까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소설의 시작, 그러니까 사건의 결말은 딸을 유괴당한 가브리엘라가 유괴범 조셉을 만나는 장면이다. 전체 줄거리는 이렇다. 가브리엘라는 다니던 회사의 사장이 횡령을 하고 도망간 것을 알게 되고, 딸 세라를 납치한 조셉에게 뭔지도 모르는 옥토버리스트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우연히 만난 대니얼은 가브리엘라를 도와 형사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조셉과 협상을 한다.

시간 순으로 본다면 직선으로 뻗어가는 심플한 스릴러다. 하지만 제프리 디버는 시간 역순으로 사건을 전개하며 뒤집혀진 스릴러를 선보인다. 과거로 갈수록 뭔가 비밀이 드러나야만 한다. 가브리엘라도, 대니얼도 분명히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이다.

<옥토버리스트>를 읽을 때 필요한 것은 여느 미스터리처럼 단서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이유와 사건을 찾아내는 미스터리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읽으면서 가브리엘라와 대니얼의 말과 행동에 미심쩍은 무엇인가를 발견해낸다. 이미 드러난 사건의 이면에 다른 음모가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단숨에 읽어 내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스릴러가 될 수 없는 <옥토버리스트>이지만 대신에 다 읽고 나면 반드시 앞을 뒤지며 그 순간, 그들의 말과 행동이 왜 ‘그것’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감탄하게 한다.

<옥토버리스트>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단지 사건을 뒤집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옥토버리스트>를 뒷장부터 거꾸로 읽는다면 재미가 확 떨어진다. 처음에 배치된 반전 즉 사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게 되면 이후의 과정들이 너무나 뻔해지기 때문이다.

북리뷰

그런 점에서 <옥토버리스트>는 사건의 비밀이 폭로되는 한순간의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미스터리에 가깝다. 철저하게 계획된, 게임으로서의 미스터리.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