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나를 위해 당당하게 살아라

월요일의 루카
세키구치 히사시 지음·이선희 옮김·예담·1만3000원

착하게 사는 것만큼 괴로운 건 없다.

루카는 그렇게 말했다. 게이스케도 동의했다. 게이스케의 어린 시절은 고통스러웠다. 별다른 직업도 없이 허송세월하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게이스케 형제를 괴롭혔다. 자신의 아이들을 한심하다고 비웃었다.

‘인생에서 계속 패배하는 사이에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결국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이 된 겁니다……. 어딜 가도 패배하는 사람은 평소의 욕구불만을 가족에게 터뜨리지요. 그러면 우월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비록 그 우월함이 거짓일지라도요.’

열네 살 때, 게이스케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저항했고 아버지는 강해진 아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착하게 사는 것은 힘들었다.

대학을 다니던 게이스케는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했다. 고향의 낡은 영화관인 긴에이칸에서 영사기사 보조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사기사를 하고 있는 루카의 과거를 물어서는 안 되고, 월요일에는 예민하니 건드리지 말고, 연애는 절대 금지라는 것.

게이스케와 동갑인 스물한 살의 루카는 3년째 영화관 밖을 나가지 않고 살아간다. 뭔가 비밀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하지만 미녀에, 영사기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프로페셔널 루카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절대로 물어서는 안 되는 그녀의 과거는 무엇인가.

세키구치 히사시의 <월요일의 루카>는 청춘소설이다. 대단한 사건보다는 막 어른의 시기에 접어든 게이스케와 루카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따라간다. 루카의 과거를 궁금해하면서, 그녀에 대해 알아가는 게이스케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때 영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영화관’의 추억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이제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영사기사’에 대해서도. 아버지의 학대에서 도망친 게이스케 형제는 긴에이칸으로 도망치곤 했다.

‘어둠 속에서는 내가 나라는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에 따라서 다른 관객들과 같이 웃고, 같이 놀라고, 같이 화내고, 같이 울고, 같이 감동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두운 영화관은, 따뜻한 피난처였던 것이다. <월요일의 루카>는 어린 시절의 게이스케처럼 영사실에 숨어 있는 루카에 대해 이야기한다. 착한 그녀가 왜 고통 받아야만 하는지를 말해주고, 착한 그들이 어떻게 일어서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는 악인들이 있다. 딱히 악의가 없어도 오로지 ‘상처를 받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

아버지에게 맞서 ‘나’를 찾은 게이스케는 이제 루카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려 한다. ‘착한 마음을 파먹으면서 제멋대로 날뛰는 사람’들을 단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우기 위해서.

북리뷰

<월요일의 루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타인을 위해 착해지려 애쓰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당당해지고 강해지라고. 그래야만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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