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과거로의 여행 뜻밖의 결말

(주)마노 엔터테인먼트

제목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제작연도 2012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86분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오브리 플라자, 마크 듀플래스, 제이크 존슨

개봉 2014년 6월 1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유년기 어머니의 죽음 이후 우울한 성장기를 지내온 다리우스(오브리 플라자 분)의 일상에는 여전히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거움이 드리워져 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인생을 좀 더 밝게 살라며 잔소리할 뿐이고 어찌어찌해 일하게 된 잡지사 인턴생활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그냥 하루하루를 무난히 넘기는 게 목적인 그녀에게 특종에 혈안이 된 사나운 편집장과 제멋대로인 동료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느날 엉뚱한 내용의 지역신문 광고 하나가 편집회의에서 거론된다. ‘구인: 시간여행 파트너 구함. 장난 아님. 급여는 후불. 알아서 무장할 것.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내막을 취재해 오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다리우스는 자아도취 선배 제프(제이크 존슨 분)와 공부밖에 모르는 순둥이 동료 인턴 아르나우(카란 소니 분)와 출장을 떠난다.

시간여행 하면 생각나는 모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 하나가 있다. 우스꽝스런 주제를 가지고 두 개그맨이 설전을 벌여 방청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뒤 투표로 승자를 가리는 코너다. 한번은 이런 주제가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 그대로 초등학교 1학년이 될 수 있다면? 이대로 산다 또는 초등학생이 된다.” 의외의 결론이 나왔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에 머무르겠다는 사람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사실 시작부터 일방적이었다. 코너를 열자마자 ‘이대로 산다’를 주장하는 개그맨이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삶에 있어 낙오자라고 못 박아 버린 것. 어쩌면 틀린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현실 적응에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려서부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여주인공이나, 과거의 사랑을 잊지 못해 시간여행을 준비하는 남자, 또 취재 출장을 빌미로 첫사랑의 흔적을 쫓는 사심 가득한 선배기자까지, 이들은 모두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 쉽게 수용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분명히 시간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도 사용되고 있지만, 영화는 스펙터클한 액션이나 환상적인 모험보다는 범상치 않은 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복잡한 감정의 교류와 이해에 온전히 집중한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냉소적 유머의 소소한 여정은 뜻밖의 결말과 인상적인 대사의 마무리로 잔잔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어쩔 수 없이 저예산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저렴함 또한 지울 수 없지만,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은 꽤나 호의적이었다. 재능 있는 신인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는 선댄스 영화제는 각본상을 안겨주었고, 흥행의 마술사 스티븐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네 번째 속편 <쥬라기 월드> 메가폰을 콜린 트레보로우에게 넘겼다.

터치스크린

놀라운 사실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신문광고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광고는 90년대 중반 한 잡지에 실렸었고, 후에 광고를 발견한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 뒤늦게 화제가 되었다. 각본가 듀렉 코넬리 역시 이 인상적인 광고문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는데,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렇게까지 간절히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상상하게 되었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만든 코넬리는 뉴욕대학교 시절 학업과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 “세러데이 나잇 라이브” 인턴시절을 함께했던 연출가 콜린 트레보로우에게 각본을 보여줬고, 두 사람은 본격적인 각본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결국 영화화를 앞두고 어렵게 실제 광고주를 찾아내어 일 년이 넘는 설득 끝에 광고사용을 허락받아 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