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신의 반전’은 없었다

무성한 추측을 낳았던 범인은 마지막에서야 밝혀졌다. 그러나 뜸을 너무 들인 탓일까. 필살기로 준비한 반전은 놀랍지 않았고, 범인의 정체가 신선한 것도 아니었다.

4월 22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다.

이 드라마는 유괴된 딸의 죽음을 목격한 엄마 수현(이보영)이 흥신소 직원 동찬(조승우)과 사건 발생 14일 전으로 돌아가 딸을 살리려고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동찬의 첫사랑이 살해됐고, 범인으로 동찬의 형이 살인범으로 잡혀간 사건이 맞물려 전개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슬립, 수사와 추리가 더해지면서 미국 드라마 부럽지 않은 드라마로 시선을 끌었다.

SBS <신의 선물-14일> / SBS 제공

마지막회에서는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됐다. 대통령의 아들이 동찬의 첫사랑을 죽인 진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통령 아들을 구하기 위해 비서실장과 영부인이 공모했고, 그 과정에서 동찬의 형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수현의 딸을 죽인 범인은 동찬으로 밝혀졌다. 동찬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현과 딸을 찾아다닌 인물이었다.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동찬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아이를 살려냈다.

극 초반에는 시간여행에서 끌어내는 이야기 고리들이 신선함을 줬다. 딸의 죽음을 막으려 과거로 돌아간 수현은 뜻하지 않게 남편의 외도를 눈치챈다. 게다가 남편의 외도 상대가 자신이 아끼던 회사 후배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과거의 작은 일이 미래의 사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나비효과도 흥미로웠다.

SBS <신의 선물-14일> / SBS 제공

문제는 너무 많은 용의자들이었다. 직업전문학교 선생 강성진, 문구점 주인 오태경, 수현의 직장 후배, 지적장애인, 경찰서 강력팀장 등 십수명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등장하는 단서를 퍼즐처럼 이어 맞추면서 범인을 예측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많아도 너무 많이 나타났다. 또 새로운 인물 등장, 의심 행동, 수현이나 동찬과의 몸싸움, 오해 해소 혹은 죽음이라는 공식이 똑같이 등장하면서 식상함을 줬다.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 코너도 이 드라마를 패러디했다. 새 인물이 등장하면 범인의 단서가 던져지고, 그 인물과 단서가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다 결정적인 증거로 진범이 아님을 입증한다. 제작자는 “모든 사람이 용의자가 되야 해”라며 계속해서 용의자를 만들어낸다. “진짜 진범은 어디 있는 거지?” “진짜 범인은 누구예요?”라는 절규 속에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바로, 바로…”라는 말을 메아리처럼 되풀이하다 ‘다음 주에 계속’이라는 고지를 내면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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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14일>도 유력했던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반전이 반복되면서 추리과정은 복잡해졌다. 범인의 실체에는 다가가지 않고, 새로운 용의자만 ‘떡밥’처럼 던져지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꼈다. 용의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시청자들의 피로도도 수직 상승했다. ‘본격 암 유발 드라마’라는 못난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결국 이 드라마는 넓게 펼쳐놓았던 수많은 용의자들의 이야기를 쫀쫀하게 이어 붙이지 못하고 성급하게 막을 내렸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