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어르신 부부들의 감동 <사남일녀>

1월부터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는 단순하다.

방송인 김구라, 배우 김민종, 농구스타 서장훈, 배우 김재원과 탤런트 이하늬가 남매라는 가상 설정을 하고, 시골에 살고 있는 ‘어르신 부부’를 만나러 간다. 부모님으로 설정한 이들을 도와 집안일을 거들고 여행 다니는 체험을 통해 가족의 정을 느껴보겠다는 취지다.

연예스타 여럿이 한 팀을 이룬 여행은 시즌3에 접어든 KBS2 <해피선데이-1박2일>뿐 아니라 종영된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원 없이 보여줬다. 가상가족 설정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의 신선함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삶을 충실하게 꾸려온 시골 어른들에게 있었다.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첩첩산골 마을에서 손주를 키우며 살고 있는 강원도 인제의 어르신, 남해에 살면서도 불과 몇십분이면 도착하는 관광지도 못가보고 물메기를 잡는 어부 부부의 이야기에 감동을 녹여낸다. 이들을 아빠, 엄마로 부르는 출연자들도 그들의 인생에 감동한다.

MBC <사남일녀> | MBC 제공

경남 남해의 윤점방오-김순귀 부부는 물메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왔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흥’ 많은 부부라고 생각했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었다.

이하늬는 배 위에서 물메기 수확을 하면서 이들의 고생을 알았다. 성인 남자가 와도 능숙히 하지 못하는 조업을 거뜬히 해내는 이하늬를 보며 엄마는 “잘한다, 잘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수산 체험에 그쳤을 것이다. 이하늬는 “다부지다”는 칭찬에 “두 분은 만날 이거 하시는데 뭐. 진짜 눈물 날라 칸다(눈물 나려고 한다). 진짜 대단타”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높은 파도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파도와 싸우며 묵묵히 일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존경과 감동을 느낀 것이다. 노련한 예능인인 김구라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이들은 부부의 일상을 좇으며 느끼고 감동하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은 철저하게 시골의 부부다.

선주의 딸이었던 김순귀 엄마의 집 일꾼이었던 윤점방오가 결혼 전에 첫날밤부터 치른 이야기는 남해 부부판 로맨틱 코미디다. 다시 태어나도 김순귀 엄마와 결혼하겠다는 윤점방오 아빠의 고백은 투박하지만 진실하다. 어느 뛰어난 작가도 쓸 수 없는 구성이고, 어느 뛰어난 배우도 보여주지 못할 명품 연기다.

MBC <사남일녀> | MBC 제공

사남일녀는 엄마 아빠를 주인공으로 <윤점방오 테이큰>이라는 제목의 액션영화도 찍었다. 어린 시절부터 액션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던 아빠는 “내 평생 이렇게 좋은 날은 처음”이라며 아이처럼 들뜬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뭐 어떤가. 꿈을 이룬 아빠의 주름진 얼굴에 떠오른 미소 한 번이면 족하다.

일출 명소 인근에 살고 있지만 생계에 바빠 한 번밖에 와보지 못한 금산 보리암을 찾았다. 엄마, 아빠와 근사한 아침을 보내면서 덕담을 나눴다. 특별하지 않은 이런 체험 속에서 감동을 길어올린 것도 윤점방오 아빠다. 그는 “이런 일은 죽을 때까지 안 잊을 거야”라며 눈물을 쏟았다. 진심만큼 감동적인 엔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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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출연시키는 예능프로그램의 전략은 경쟁 붙이기와 캐릭터 만들기다. 상대방과 경쟁을 통해 강점을 부각시킨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특징을 화면 위로 쏟아지는 자막으로 강조해 캐릭터화한다. 의도하지 않고 내뱉은 말도 제작진에 의해 의도화된다. 조미료 섞인 억지웃음만 판친다. 이런 예능판에서 <사남일녀>가 삶에서 길어내는 감동은 더욱 빛을 낸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