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빌리와 용감한 녀석들2 - ‘자연친화적 개발’의 허무함

전편이 ‘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숲’이다. 동물특공대가 정글을 지켜내기 위해 인간에게 향한다. 닉힐 아드바니 감독의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2>(Delhi Safari·2012)는 인도가 배경이다. 인도 서부 뭄바이에서 바도다라를 거쳐 북쪽의 수도 델리까지 가는 ‘로드 무비’다. 전편에서는 동물들이 기후변화협약이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를 찾아간다. 이번에는 인도의 국회를 찾아간다. 두 영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국내 개봉을 하면서 영화 제목을 바꾸었을 뿐 전편과는 관계가 없다. 전편은 독일 스튜디오가, 이번에는 인도 스튜디오가 만들었다. 다만 동물들을 통해 환경보호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이를 ‘정치’를 통해 담판으로 푼다는 구성은 비슷하다.

아기 표범 ‘빌리’는 아빠 표범을 잃었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정글을 밀고 들어온 인간의 총에 맞았다. 빌리는 엄마표범 지젤, 원숭이 토토, 곰 베가와 함께 수도 델리로 가 인간들에게 호소하기로 한다. 인간들과의 대화는 앵무새 알렉스가 맡았다. 델리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드디어 델리에 입성. 그리고 총리를 만난다. 의원내각제에서 총리는 국정의 최고결정권자다.

이 영화는 세계동물보호단체인 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가 지원했다. 아빠 표범이 쓰러진 자리에 ‘자연과 어울려 살아요. 초고층 아파트 공사현장’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인간이 개발에 앞서 동물들의 동의를 받은 바 없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 개발’이라는 구호의 허무함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환경친화’를 내세운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공주보 철근구조물 위에서 발견됐다는 수달은 그곳에서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 터다.

동물들이 공사인부가 아닌 총리를 설득의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뭘 좀 아는 녀석’들이다.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신도시 건설계획이 수정되거나 바뀌지는 않을 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흔히 “경제적 논리로 풀어라”는 얘기를 하지만 경제야말로 정치를 벗어나기 힘들다. 경제활동을 담은 수치를 해석하고 분석해 정책을 세우는 데는 ‘정치적 논리’가 앞선다.

경제학은 출발부터가 정치였다. 초기 경제학은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을 의미했다. 애덤 스미스의 저서 <국부론>에서 보듯 18세기 경제학은 국가경제를 연구하면서 발달했다. 농업을 중시하는 중농주의자들이 땅을 부의 원천으로 여기자 정치경제학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제기했다. 노동가치론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애덤 스미스를 지나 마르크스로 이어진다. 정치가 경제에서 분리되는 것은 알프레드 마셜이다. 마셜은 경제학에서 정치적 분석을 빼고 수요-공급 등 수학과 통계학으로 설명하려 했다. 오늘날 경제학은 주로 마셜의 경제학(Economics)을 말한다.

최근 정치경제학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주로 의미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이 아니더라도 생산과정에서의 소외, 노동과 자본의 역학관계 등을 다룬다면 현대적 감각의 정치경제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맨큐의 경제학>에도 ‘정치경제학’ 부문이 있다. 콩도르세의 역설, 중간투표자 정리, 애로의 불가능성의 정리 등이 포함돼 있다. 정치학과 법학, 경제학을 접목시킨 협의적 의미다. 게임이론도 정치경제학의 한 부류로 보기도 한다.

경제성장률 3.0%를 높다고 생각할 것인지, 낮다고 생각할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다. 성장론자라면 ‘낮다’고 생각할 것이고, 분배론자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경제정책이 변한다. 결국 경제는 정치를 떼놓고 말하기 어렵다.

영화 속 경제

빌리는 말한다. “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은 싫어요 우리집은 여긴 걸요. 난 이 정글에서 태어났어요. 얼마 전에 아빠가 돌아가셨죠. 그런 나에게 집까지 뺏어가진 말아요.” 인도 총리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