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의 신.’ 지난 연말부터 급격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확산된 사진에 붙은 이름이다. 사진은 도시가스요금 청구 내역서를 찍은 것. 납부 마감일은 2012년 12월 31일, 최근 사진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까닭은 청구서를 받은 주인이 내야 할 도시가스요금 때문이다. 9495만2947원. 근 1억원이다. 사진과 함께 도는 설명에 따르면 “15평 집에 사는데 요금이 이렇게 나와서 난감하다”고 애초 사진을 게시한 이가 말했다는 것이다.
사진에 대한 진위 논란부터 시작됐다. 쉽게 말해 누가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숫자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당월 청구량 뒤에 붙은 ‘MJ’라는 단위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혹시 정치인 MJ? 즉 정몽준 의원 집의 도시가스요금표냐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가스요금이 1억원이 나왔다고 인터넷에 올라온 고지서. 하지만 일각의 주장대로 15평 가정집 고지서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 MLB파크
일단 사진과 관련된 최초 이야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초의 사진 배포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최초로 이 사진이 올라간 곳은 MLB파크 불펜게시판인데, 거기에 올린 사용자도 [펌]이라고 출처를 표기하고 있다. 최초로 올린 당사자에게 쪽지로 출처를 물어봤으나 쪽지를 읽기만 하고 묵묵부답.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물어봤다. “목욕의 신이라고요? 들어본 적 없는데….” 기획업무팀 현상호 과장의 첫 마디. 현 과장과 함께 이 요금 고지서를 분석해봤다.
일단 MJ는 지난해 7월 1일자부터 사용되는 열량단위다. 메가줄이라고 읽는다. 서울시 기준으로 1메가줄이 20원이니 위의 당월 사용량(431만 메가줄)으로 계산하면 약 8600만원이 나온다. “지역별로 도시가스 요금은 차이가 있으니, 대충 액수는 맞은 것 같다”는 것이 현 과장의 답. 그나저나 15평 집에서 한 달에 저 요금이 나온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를테면 풀로 난방을 돌리고, 한 달 내내 온수를 쓴다면 얼마 정도? “절대 나올 수 없는 요금입니다. 많이 나와봐야 20만∼30만원 안쪽 요금일텐데요.” 혹시 맥시멈 100만원 정도는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손사래를 쳤다. “가정집이 아니라 영업집 고지서라고 해도 저 액수가 나오기는 불가능합니다. 저 정도 규모라면 업무용 빌딩 요금 고지서라든가, 목욕탕, 동네 목욕탕 말고 시설 큰 사우나 정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또 모를까….”
그렇다면 또 다른 가능성은? 계량기 사용량 점검에서의 오류다. 사진 속 미납요금이 6만368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 수준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것이라는 것. “그런 경우 소비자가 바로 항의를 하겠지요. 20만원이 나오던 것이 80만원만 나와도 다 문제제기를 하는데….” 이 사진을 본 많은 사람도 긴가민가하면서 이미지를 돌려보고 있다. 이유는 뭘까.
올 겨울철 한파 때문에 전기장판 같은 걸 사용했다가 요금에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전기세 괴담’이다. 그런데 현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도시가스의 경우, 전기세처럼 누진세도 없기 때문에 갑자기 가스요금이 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사진은 포토샵 등을 통해 조작한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적어도 15평 일반가정 도시가스 요금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뭘까. 애초에 올린 사람이 나타나야 해명될 문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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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