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눈]대선 전략으로서의 종북?

요새 정치권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종북’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가장 유행시키고 싶은 단어가 이 ’종북’이라는 단어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종북’이라는 단어에 매료돼 무차별적으로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하고 있다.

모두가 기억하겠지만 종북 논쟁의 시초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조작이었다. 선거 조작문제가 불거지자 경기동부연합의 존재가 알려졌고, 바로 여기서 종북 논란이 시작됐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문제로부터 종북 논란이 시작됐다는 것인데, 이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새누리당은 본격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종북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위원장을 원조 종북이라고 몰아세우더니 이제는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까지 종북으로 몰아세우며 급기야 자격 심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야권 전체가 종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더구나 과거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을 종북으로 몰면 대한민국 현대사의 일부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 텐데, 새누리당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대선 승리를 위해 이념구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새누리당 입장에선 이념구도야 말로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일종의 메시아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흔히들 대선은 미래가치에 대한 투표라고 말하지만 이는 총선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 대선 역시 현 정권 심판론적 성격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권 심판론이 거세질 경우 여권은 정권 차별화 전략을 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정권 차별론은 자칫 정권 심판론을 오히려 키워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권에는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현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은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전제하기 때문에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오히려 강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야권의 전략에 말릴 위험이 높다. 그런데 이런 구도를 막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념구도다. 이념구도가 형성되면 일단 반이(反李)정서를 덮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정권 심판론의 대두도 막을 수 있다. 또한 이념구도를 만들며 상대를 종북으로 몰면 정국의 주도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념구도의 정착을 위해 계속해서 야권 전체를 종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도 비슷할 것이다. 정권 말기에 가까울수록 자신에 대한 공격이 더욱 거세질 텐데 이념구도가 형성되면 자신에 대한 비난의 예봉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온통 ‘종북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집권여당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선만을 의식해 무차별적으로 종북이라는 굴레를 야권에 덧씌울 경우 진짜 종북을 가려낼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새누리당의 행위는 그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대선 전략적 차원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집권여당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야권 전체를 종북으로 매도하려 하면 그에 대한 역풍이 오히려 거세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신율의 눈

과거에 이석기·김재연·이상규 의원의 태도에 대해 분노했던 야권 지지자들이 다시 단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위적인 대선구도의 형성이 지금 이 시대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 역시 새누리당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신율<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