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입니다. 까도남은 경제력은 있으나 ‘싸가지’가 없는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주로 재벌 2세가 까도남으로 등장합니다. 최근에는 퓨전 사극에서 왕세자가 까도남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주인공이 예쁘고 착한 여자주인공을 만나게 되면 뜻밖의 반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평소 까칠하고 도도한 까도남이 이 여자주인공에게만 유독 살갑게 대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까도남을 싫어하던 여자주인공이 까도남의 인간미를 느끼면서 점차 사랑에 빠집니다.

최근 <개그콘서트>에 나온 한 장면이 이런 드라마 속 풍경을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여자가 면접 시험을 치르러 급하게 가다가 남자와 부딪칩니다. 여자는 사과의 말도 하지 않는 ‘싸가지’ 없는 남자와 말싸움을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면접관으로 들어옵니다. 이 남자는 여자를 합격시킵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집니다. 개그맨은 묻습니다. “왜 싸가지는 꼭 면접관으로 들어오는 것일까요?” “왜 면접관은 합격을 시켜주는 것일까요?”

드라마는 늘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까도남에게 흠뻑 빠집니다. 경제력에 상관없이 마음이 착한 남자들은 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좋아하지 않을까요. 경제력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오지랖이 넓게 너무 착해서일까요.

이런 의문은 옛날 드라마 속 인기 남자주인공이었던 경제력 있고 착한 남자들에 대해서도 들게 됩니다. 시청자들은 이제는 이런 남자에게도 싫증이 난 것일까요. 어쩌면 착한 남자가 착한 여자를 만나는 그런 드라마보다는 싸가지 없는 남자가 착한 여자를 만나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드라마틱할지도 모릅니다.

까도남과 착한 여자의 결혼으로 드라마가 끝이 나더라도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가 결혼 후에도 과연 착한 여자에게 잘 대해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겨울부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한 편의 드라마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은 <총선>입니다. 이 드라마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잘 알 것입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만큼 스토리도 드라마틱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연대가 다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임기 4년 중 3년 반 동안 ‘웰빙당’ ‘부자정당’이라는 비판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6개월 동안 당의 이름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세워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드라마 속 까도남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뭔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고, 못 미더운 정당으로 비쳐진 야권은 착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총선 전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은 새누리당이 <총선>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총선 전 약속을 지킬지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제 오로지 새누리당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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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편의 <대선>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서히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타입의 주인공을 좋아하십니까?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