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봄, 필자는 조카를 암으로 잃었다. 꿈 많은 17세 소년이던 조카는 희귀한 암에 걸려 2년여 동안 투병한 후 세상을 떴다. 나의 동생 부부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동생은 조카를 암에 관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텍사스대학 앤더슨 암센터에 데려가서 진료를 받도록 했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병원의 저명한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임동규 지음·에디터·1만3000원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하면서 조카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수는 “병이 다 나으면 여행을 가자”고 달랬다. 병실과 아파트 외에는 갈 곳이 없었던 조카는 입시공부를 혼자 해서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했다. 그러고는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더니 하늘나라로 갔다. 조카를 떠내보낸 후 우리 가족은 심한 허탈감을 느꼈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절감했고, 한편으론 과연 암치료를 해야만 하는가 하는 회의마저 갖게 됐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던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항암치료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은 병원과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건보 수가가 낮다 보니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처방약을 타온다. 워낙 항생제를 남용해서 병원과 약국, 그리고 제약회사의 ‘담합’으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다. 한동안은 남들처럼 환자를 진료하던 평범한 의사였다. 그러던 그는 질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오며 자연치유만이 질병에 대한 궁극적 치료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저자는 자연병원요양원을 열고 자연치유법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가 돌보는 환자 중에는 암환자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병원은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데 불과하고 실제로는 점차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단언한다. 자연치유법을 통해 항암제, 방사선 치료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말기암 환자들이 멀쩡하다는 것이다. 반면 기존의 암치료는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려서 결국은 암을 재발시키고, 자연치유력이 고갈된 환자는 사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만일에 암에 걸리면 자연치유적 삶에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가라고 권고한다. 그러면, 그가 말하는 자연치유적 삶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어리석은 삶을 반성하고, 스트레스가 될 만한 일을 중단하며, 신체활동을 계속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하고,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생활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우리가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 부분이 마음에 와 닫는다. 일반 병원의 주된 수입원은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인데, 감기는 약을 복용하면 일주일 만에 낫고 복용하지 않으면 7일 만에 낫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빌려 현대인의 지나친 약 의존을 꼬집는다.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에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책 제목 그대로 ‘내 몸이 의사’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육식을 피하고 현미 밥과 푸른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숲 내음 나는 곳에서 살면서 텃밭을 가꾸는 등 햇볕을 받으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머지않은 필자는 이런 조언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이 같은 저자의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될지는 알 수 없다. 이른 아침에 대중교통수단에 몸을 싣고 출근해서 온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치스러울 정도다.
너나없이 공기 좋은 시골에서 텃밭 농사를 짓고 현미 식단을 챙긴다면 회사와 공장은 누가 돌릴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이상돈<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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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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