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사람]숭례문 복원한 이 시대 최고의 궁궐 건축가 신응수 도편수

“대목이 되려면 나무부터 알아야”

우리 전통 건축물과 그 자재인 소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건축물 복원과 신축이 활발하고 민간에서도 전통 한옥을 전보다 더 많이 짓는다. 소나무는 가로수나 조경수로 가장 선호하는 나무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8일 숭례문 상량식이 열렸다. 숭례문은 5월에 목공사가 마무리되고 12월 완공될 것이라고 한다. 전통 건축물이 서거나 복원될 때마다 눈길이 가는 이가 ‘최고의 궁궐 복원 도편수’로 불리는 신응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다. 최근의 한옥과 소나무 붐에 그가 기여한 바도 클 것이다. 그의 이름은 한국 고건축물 재건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유명한 문화재나 전통 건축물이라면 그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보 1호인 숭례문 복원이 완료되는 올해는 그에게 특별한 해다. 그는 1962년 스승 이광규씨와 함께 숭례문 중수 공사에 참여했다. 이씨는 부편수였고, 도편수는 스승의 스승인 조원재씨였다. 반 세기가 지나 이번에는 도편수로서 상량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지난 3월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신동호가 만난사람]숭례문 복원한 이 시대 최고의 궁궐 건축가 신응수 도편수

50년 전에 숭례문 중수에 참여했고, 이번에 도편수로서 복원을 지휘한 감회가 특별하겠습니다.
“그렇죠. 숭례문에서 궁궐 건축을 배우기 시작해서 다시 내 손으로 복구를 하니까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죠? 얼마 전에는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잖습니까.
“글쎄 그건… 처음부터 내가 숭례문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공사를) 하자고 했거든요. 지금 목수들은 그걸 다 잊어버렸으니까 옛날 전통공구로 하던 모습을 재현해서 보여주자는 거였죠. 대신 그렇게 하면 인건비가 많이 드니까 문화재청이 직영으로 일을 시켜야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전통적으로 하는 건 좋다고 하고 공사는 도급을 줘버렸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공사 노임이 떨어지고 그나마 안 나오게 돼서 내가 만날 대체해주고 그랬거든요.”

문화재청이 시공사인 명헌건설과 계약한 공사비는 약 170억원이다. 이 가운데 목재비를 포함한 목공사비가 10%도 안 된다는 게 놀라웠다. 그가 말하는 목수 품값은 약 3%인 5억4000만원이었는데, 그마저 설계 변경을 이유로 3억8500만원으로 축소한 것이 공사 중단 사태의 발단이었다.

숭례문을 복원한다고 하면 목공사 비중이 제일 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목재비까지 포함해서 10%도 안 된다니 뜻밖이군요.
“나무 값도 기증한 게 있고 원래 있던 것을 쓰는 것도 있으니까 전부 해봐야 10억원도 안 돼요.”

그런데 한 달 만에 조건 없이 공사를 재개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자꾸 소문도 이상하게 나고 금년 말에 준공한다고 국민도 다 알고 있는데 마냥 중단하고 있을 순 없잖여. 나는 도편수가 돼가지고 처음부터 봉사하겠다고 해서 10원 한 장 받은 것 없는데, 좋다 그럼 돈 안 받겠다, 목공사는 전부 기부로 가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것도 안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나중에 어떻게 해결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그렇게 돼 있어요.”

준공 시점을 금년 말로 잡은 게, 너무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늦췄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도편수가 빨리 선정이 돼서 바로 움직였어야 했는데 1년 가까이 끌었거든요. 이를테면 나무도 원목으로 말리는 것보다 치목(治木·마름질)을 해서 말리는 게 좋잖여. 지금도 인원은 그렇게 많이 붙지 않는다고요. 많이 붙는다고 될 일이 아니거든.”

궁궐 목재는 황장목을 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데는 금강송을 명품 소나무라고도 하는데, 어떤 나무가 목재로 좋습니까.
“황장목이라는 건 옛날에 궁을 짓기 위해서 그런 걸 지정을 했다고 그러는데, 그걸로만 지을 수는 없어요. 소나무만 가지고서도 어려워요. 그만큼 귀하거든요. 금강송이라는 건 원래 이름이 없는 걸 신문이나 산림청 등에서 자꾸 얘기하는 것이고요. 소나무 중에서 가장 좋은 건 적송이죠.”

적송을 갖고 나는 지역에 따라서 춘양목, 금강송, 안면송, 이렇게 부르는 것 아닙니까.
“옛날에 좋은 나무가 춘양 쪽에서 하치가 돼서 전국 각지로 갔잖여. 좋은 나무가 서울 오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잖여. 춘양서 왔다고 하니까 춘양목이 좋은 나무구나, 이렇게 된 거죠. 실제 춘양에서도 그런 나무가 났겠지만 춘양목이 다 춘양에서 난 건 아니죠.”

목재로서 소나무의 수명은 어느 정도 됩니까.
“비만 안 맞히면 1000년 이상을 가죠. 일본엔 1300년 된 건물이 있잖습니까.”

오래 된 나무를 벨 때 ‘100년 된 너를 잘라 다시 1000년의 생명을 넣어주겠다’고 위로하며 제사를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어명이오, 이렇게 말하면서 도끼로 내리치는 의식은 신 도편수께서 만든 전통이라면서요.
“울산 가서 큰 절을 짓는데 큰 나무를 베게 됐다고. 주지 스님이 도끼를 잡고 어명이오, 그걸 하시더라고요. 무슨 뜻이냐고 물었죠. 스님이 그래야 탈이 없다는 거여. 옛날에도 나무를 잘못 베거나 기둥을 잘못 세우면 탈이 난다 그러잖여. 왕의 명이면 그게 없다 이거여. 나무를 베어다가 궁궐에 쓰는데, 그건 뭐 거짓말도 아니잖여. 딱 맞더라고.”

큰 나무를 벨 때 어떤 감정을 느낍니까.
“싸움이에요. 기 싸움이거든. 나무한테 지면 안 돼요. 나무도 위해 줘야 하지만 나무한테 지면 사람이 다쳐요. 옛날에 큰 목수가 얼마 못 산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난 베어다 주는 나무가 아니라 1975년도부터 산에 다니면서 찾아낸 나무를 주로 썼거든. 그러다 보니까 아, 나무를 많이 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런 고사도 지내고, 산을 사서 나무를 키우기도 하고, 직접 심기도 하는 거지.”

아, 오래 된 큰 나무를 벨 때 나무의 기를 느낍니까.
“느끼고말고요. 목수들이 서로 안 베려고 그래요. 큰 나무가 영험 있다고 해서…. 그럼 따로 돈 100만원 찔러주기도 하고 그런 거여. 고사 잘 지내고, 회식할 돈도 따로 주고… 나무 값이 문제가 아니지. 그래야 탈이 없고.(웃음)”

산을 사서 나무를 키우는 곳은 어디입니까. 165만㎡(50만평)나 된다면서요.
“정선 쪽에 많아요. 강릉에도 있고요. 땅을 길옆에 사놓으면 비싸지. 나중에 돈이 되잖여. 나는 그런 건 눈에 안 보이고 소나무가 크고 있는 곳만 골라 사니까 입찰하러 온 상대하고 경쟁을 안 해도 되지. 나같이 100년 후에 소나무가 얼마나 클까를 계산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무를 많이 베기 때문에 심는 일도 오랫동안 해온 걸로 압니다.
“솔바람모임에서 그런 행사를 하는 걸 알았어요. 나는 산을 사서 50년 돼 보이는 나무를 베지 않고 더 키우자는 생각만 했는데, 소나무 심는 행사를 솔바람에서 하는 걸 알고 우리 목수들과 함께 참여하게 된 거죠.”
솔바람모임은 소나무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으로 2004년 결성됐다. 소나무의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알리고 소나무 생태기행, 소나무 문화 강좌 등의 행사와 함께 매년 4월 소나무 심기에도 나선다. 올해는 4월 14일 강원도 홍천에 소나무 심기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나무 심으러 갈 때 어떤 마음으로 갑니까. 후배 또는 제자에게 하는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나무를 가지고 일을 하지만 실제 나무를 심어봐라 이거지. 지금 이 나무를 심어놨는데 제대로 살아나려면 3년 이상 산에서 씨름해야 돼. 심어놨다고 다 크는 게 아니여. 사람 사서 풀을 자꾸 깎아줘야 돼. 그렇게 살아가지고 뿌리를 박는 데 또 한 5년이 걸려. 30년, 그러니까 한 대를 커야 서까래 하나가 되는 거여. 그걸 알면 쉽게 나무를 자르고 깎을 수 없지. 대패질 한 번에 1㎜가 깎이는데 1년 365일 자란 게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잖여. 대목이 되려면 나무부터 알아야 돼. <목수>라는 책에도 썼듯이 ‘내 살을 깎는 아픔으로 알아야 된다’는 거지.”

‘궁궐 목수의 전설’로 불리는 최원식-조원재-이광규의 맥을 이은 그가 복원하거나 신축한 전통 건축물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복궁, 숭례문, 수원 화성, 경주 안압지, 경주 불국사 등의 복원과 단양 구인사, 분당 대광사, 청와대 상춘재와 대통령 관저, 삼청동 총리공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호암장과 승지원 등의 신축이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경복궁은 1991년 시작해 2010년 광화문 복원을 끝으로 20년에 걸친 1차 복원 공사를 마무리하고 2차 복원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부터 드라마 <대장금>의 무대인 소주방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자료가 거의 없을 텐데, 그런 건 어떻게 복원합니까.
“보수나 중수와 달리 자료가 없는 것이 참 힘들어요. 보통 힘든 게 아냐. 광화문은 근래까지도 일본 사람이 실측한 도면이 있어요. 그런데 도면을 보면 도대체 맞지 않아요. 기둥이 그렇게 가늘 수가 없고 서까래도 15㎝라고 해놨어요. 그걸로는 가정집을 지어도 시원찮을 텐데 말이죠. 저는 고의적으로 그랬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걸 전부 감안해야 하거든요.”

설계대로 해서는 안 될 때도 있겠네요.
“자선당(경복궁의 동궁전)을 할 적에도 설계 나온 걸 가지고 문화재 위원하고 많이 싸웠어요. 기둥이 여덟 치, 즉 24㎝로 나온 걸 나는 30㎝로 가야 된다고 했어요. 서로 근거는 없었죠. 내가 하도 고집을 피우니까 중간으로 간 거야. 서로 3㎝씩 양보해서 27㎝로….(함께 웃음) 다 짓고 나서 일본에서 주춧돌이 발견됐어요. 주춧돌을 보니 기둥이 30㎝인 거여. 다 다시 했잖여.”

황룡사를 복원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자료가 없잖습니까.
“계속 조사를 해서 20년 후에 공사를 한다고 하죠. 20년 동안 만날 세미나만 할 거냐고. 자료가 새로 나올 것도 없는 이상 지금이라도 빨리 해서 지금의 건물을 만드는 거여. 지금 빨리 지어놔야 관광거리가 되고 몇 십 년 가면 문화재가 되는 거잖여. 불국사도 1970년대 복원했거든. 해놓으니까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오잖여. 지금 시대적인 건물을 지으면 되는 거여.”
황룡사 복원의 하이라이트는 아파트 30층 규모인 80m 높이의 9층 목탑이다. 이를 100% 나무로 못 하나 사용하지 않는 전통 방식으로 건축할 수 있을까.

지금의 기술과 인력으로 9층목탑 복원이 가능합니까.
“아, 그럼. 그건 신응수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짓지. (기술을 문제 삼는다면) 우리나라 대목들을 무시하는 거여.”

구인사 대조사전이나 대광사 미륵대전 같이 3~4층 되는 것도 다 나무로 지은 겁니까.
“구인사 대조사전은 정말 우리나라 적송 좋은 걸로다가 지었지. 분당 대광사는 660㎡(200평)에 3층으로 올라가 있어요. 근정전이 630㎡(190평)에 2층이니까 어마어마한 거죠. 거기는 작은 부자재는 소나무지만 큰 부자재는 그걸로 안 돼. 캐나다에서 수입한 거지. 지금 목공사 끝나고 단청만 하면 되는데, 동양에서는 제일 큰 (목조)건물일 거예요.”

고건축 자료가 너무 없고 보존도 어려운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건축박물관을 지을 준비를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아는데요.
“지금 너무 피곤해요. 나이 들고 그래서…(웃음) 땅까지 내가 사서 냈는데 협조가 잘 안 되더라고. 1~2년 더 연구를 해봐서 안 되면 접을까 생각 중이여.”
우문이지만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동네에 있던 오래 된 정자의 기둥을 어른들은 싸리나무라고 불렀다. 지금껏 명쾌한 설명을 접한 적 없는 해묵은 궁금증이다.

신동호가 만난사람

싸리기둥이라고 있잖습니까. 그거 진짜 싸리나무입니까.
“나무가 오래 된 걸 보고 괜히 그러는 거여. 싸리가 많이 커봐야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직경이 요것밖에 안 돼요. 오래 되면 또 매끈한 것도 아니고 도톨도톨하게 된다고. 그러니까 기둥이 오래 가면 풍화작용 때문에 뼈가 앙상해지는 거야. 그걸 갖다가 싸리기둥이라고 한다고. 중학교 때 예산 수덕사에 처음 여행이라고 갔어요. 그땐 목수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절에서 설명하기를 대웅전이 싸리기둥에다가 칡보라는 거여. 나무가 그렇게 긴 게 잘 없잖여. 칡넝쿨이라는 건 굉장히 길잖아요.”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