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사람]전원책 변호사 “한나라당 망할 위험성 굉장히 높다”

‘대한민국 대표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

중산층을 붕괴시킨 최악의 정부는 현 이명박 정부다. 한나라당은 보수를 욕보이고 있다. 이를 쇄신하겠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실망스럽다. 대중도신당을 표방하는 ‘박세일 신당’은 난센스다. 대표적인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의 최근 ‘어록’이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날선 비판을 가하는 그는 요즘 인기 없는 보수진영에서 단연 돋보이는 ‘보수의 아이콘’이다. 네티즌들은 그에게 전거성(全巨星), 즉 ‘거대한 별’이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을 붙여놓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그의 팬카페가 활동하고 있다. 진보 책이 판치는 대형서점 매대에 유일하다시피 하게 5개월째 진열돼 있는 보수 책도 그의 저서다. 안 팔리는 보수, 인기 없는 보수라는 상식 아닌 상식이 그의 앞에서는 여지없이 전복된다.

방송 토론을 통해 강한 입심을 발휘해온 그는 최근 그동안 고정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그가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자유회의라는 모임의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자유회의는 훼손된 보수정신 회복을 위해 그를 비롯한 ‘정통 보수인사’들이 만든, 아직은 실체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모임이다. 보수진영의 중요한 한 축으로 떠오른 전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저서 <자유의 적들>에서 보수정신을 훼손하는 세력은 좌파만이 아니라 보수의 탈을 쓴 채 자신의 이권과 이익과 영달을 꾀하는 가짜 보수들이라고 했습니다. 보수정신이란 어떤 것이고 진짜 보수는 어떤 세력입니까.
“우리나라 보수는 산업화 세력과 흔히 좌파가 욕하는 기득권 옹호세력, 그리고 원류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 우파, 이렇게 세 가지가 혼재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보수주의자가 아니지만 보수와 추구하는 목표가 같았습니다. 그 시대에 자식을 공부시킨 아버지·어머니들의 정신이 보수정신입니다. 자신은 굶으면서 자식은 먹이고 자신은 옷 제대로 못 입으면서 자식은 공부시켜 자식대에라도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그런 정신이 보수정신이죠.”

전 변호사는 보수를 관통하는 기본 정신은 ‘자유’지만 가족을 중시하는 우리에게 특히 강조되는 것은 ‘책임’이라고 말했다. 자유에 따른 책임의 문제는 단순히 법을 지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에게는 공동체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대우해주는 것 말이다.

“제가 왜 한나라당을 보수가 아니라고 비난하느냐 하면 첫째 기득권 옹호세력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너서클의 문제입니다. 이건 한나라당뿐 아니라 여·야 어디나 다 있습니다. 두 번째 군에 안 가려고 손가락 자른 사람은 권력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특정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우리 뉴라이트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기득권 옹호세력이 있고 병역 면탈자가 대표를 하는 것이 보수입니까.”

책임을 더 강조한 보수정신. 특히 병역문제는 그가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분단되고 휴전 중인 나라에서 설사 합법적으로 군을 면제받았다고 하더라도 공직에 나아가려면 진정으로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그를 절망하게 하는 것 또 하나, 그것은 당을 쇄신한다면서 더욱 좌클릭하는 것이다. 이른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다.

“친박계 모모 의원들 방송 마치고 술자리를 해봤는데 똑같은 말을 합디다. 일단 선거 이기고 봐야 한다, 박근혜를 믿으라는 거죠. 이거 얘기 됩니까. 박 위원장의 제일 큰 덕목이 지금까지 정직, 신뢰, 원칙 아닙니까. 믿긴 뭘 믿어요?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이 전부 좌파정책인데 한 발 더 나아가 ‘선친의 꿈인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겠다’고요? 한나라당과 영국 노동당의 정책을 비교하면 한나라당이 더 왼쪽이에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진짜 보수’는 어디 있습니까.
“진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사람 중에 사실은 보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분노하고 ‘나는 좌파다’라며 보수를 비판하는 쪽에 서 있는 이유는 아까 말한 ‘가짜 보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저는 우리 사회의 50%가 넘는 대다수가 보수세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자유주의 우파가 급격하게 성장할 겁니다. 자유주의적 사고를 가진 20·30대 젊은 그룹은 부패하지 않을 거예요. 제대로 된 자유주의 우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열광하는 젊은 층은 진보가 아닌가요.
“우리 교육의 잘못으로 인해 지금 보수와 진보 모두가 오해를 받고 있어요. 엄격히 말해서 서점에 깔려 있는 나꼼수 시리즈는 진보 책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서 기득권층을 꼬집고 권력을 비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그런 거죠.”

나꼼수를 들어보았습니까.
“누가 갖고 와서 권해서 들어보았고, 책들도 대충 봤어요. 그런 걸 진보 이데올로그들이 쓴 책이라고 하면 안 되죠. 진보 쪽 이데올로그를 찾자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도이고,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은 좌파 이데올로그라고 분류해야 될 것 같고….”

진보와 좌파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진보·보수는 속도의 개념이거든요. 똑같은 변화를 구하되 진보는 빠른 변화, 보수는 점진적 변화를 설정하죠. 좌·우의 개념은 그와는 좀 달라요. 저울추가 좌는 집단주의·평등주의에 더 가 있는 것이고, 우는 개인주의, 자유, 창조, 이런 데 많이 가는 거죠. 어느 사회든 보수가 항상 축이 됩니다. 보수라는 게 뭡니까. 사회의 기본 얼개와 구조를 지키는 세력 아닙니까.”

정리하자면 보수정신이 소중하고 보수세력이 다수인데 이를 결집하거나 대변할 정치세력이 지금은 없기 때문에 자유회의를 만든 것이군요.
“우리가 지난해 7월부터 자유회의를 만들어 지금까지 서명작업을 죽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빨리 발표하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의 쇄신안이 아직 안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먼저 공격적으로 치고나갔다가는 자칫 우리가 보수의 분열을 조장하고 또 다른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까 싶어 인내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한나라당 쇄신작업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면 별도로 정당을 만들 생각입니까.
“일단은 기다릴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적합한 보수 후보를 추천하는 겁니다. 예컨대 한나라당이라든지 무소속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정당이라도 우리가 믿을 만한 보수세력 후보의 가슴에 파란 이파리를 하나씩 붙여드린다든지 해서 도와주는 방법이 하나 있을 것이고….”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까.
“저는 요새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당이 반성하는 것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져가는 것 같아요. 박근혜 위원장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뻔하지 않습니까. 내용을 들어보면 이제는 절대 오른쪽으로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오른쪽은 집토끼니까 어디로 가겠느냐는 거거든요. 이렇게 되면 할 수 없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이게 두 번째 방법입니다.”

짧은 기간에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박세일 당’은 보수정당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결별하는 상황이 된다면) 당을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보수정당을 건립할 준비는 100% 다 돼 있습니다. 언제라도 출발을 하면 2월 한 달 안에 모든 걸 완료할 수 있도록 준비는 지금 다 돼 있으니까요. 다만 걱정되는 건 대중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건 안 되죠. 새로운 보수세력이 군소정당화를 한다든가 보수 분열의 책임자로 몰려버리면 그건 한국 보수의 미래를 위해서 마이너스지 플러스가 아니거든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문제예요. 자유회의의 진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됩니다.”

자유회의에 어떤 사람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80여명이 서명했는데 아직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고요. 서명한 분 중에 정치를 하겠다는 분은 20명 정도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건 한 150명 정도로 서명을 확대해서 발표를 하고 정치세력으로 몰아갈 것이냐… 그래서 사실은 제가 작년 12월로 고정방송하던 걸 전부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수도 없이 현실정치는 안 한다고 했지만 (정치적인) 동력 없이 누가 나를 믿고 같이 하겠습니까.”

이번 총선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빈부격차가 화두가 될 것은 분명한데, 바꿔서 말하면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로 접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청년실업 해소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첫 번째가 가진 자, 배운 자의 부패를 어떻게 청산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보수가 그렇게 망하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이대로 간다면 옛날에 ‘탄돌이’를 배출한 18대 국회와 아주 비슷하게 한나라당이 그냥 망할 위험성이 굉장히 높죠.”

대선후보로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어떻게 봅니까.
“아직 6·15선언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거든요. 제가 늘 주장을 하지만 6·15선언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수용한 건데, 세상에 전체주의와 자유주의가 연방으로 같이 성립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요. 또 보편적 복지 다 수용하죠. 생애주기별 복지라고 하는데 낱낱이 뜯어보면 다 수용하는 겁니다. 거기다 세종시 문제는 박 위원장이 선택한 최악의 악수라고 봐요. 수도 분할 자체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국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현격히 떨어뜨립니다. 저건 누군가가 다시 되돌려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수도를 아예 이전을 하든가…. 박 위원장이 과연 보수층을 대변하느냐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겁니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말이죠.”

보수를 대변할 후보가 박 위원장 말고 누가 있을까요.
“아직 대선은 무려 11개월이나 남아 있습니다. 요사이 같은 빠른 정치 순환으로 본다면 그 사이에 새로운 후보가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보수진영 후보들은 결점이나 뜨지 않는 이유를 다 하나씩은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정몽준·김문수·정운찬, 이런 분들은 그래도 박 위원장에 비해서는 우파라고 봐야 합니다. 6·15선언에 대해 명백한 폐지 주장을 하거나 태극기 안에서의 통일을 강조하고 있고, 보편적 복지라든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다 반대 입장을 가졌으니까 제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우파라고 봅니다.”

전 변호사는 문학청년이었고, 두 차례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인 1975년 문재인 이사장이 주동한 유신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도 있다.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문학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가 150편이 넘는다. 언젠가는 조용하고 조그만 사무실에 글 쓰는 방을 만들어 놓고 시와 인문학 책을 쓰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기도 하다.

문인이나 예술인은 대개 진보적 성향을 갖지 않습니까. 진중권씨와 인터뷰하면서 “머리는 우파지만 가슴 속은 좌파다”라고 고백했는데….
“어차피 모든 예술가는 진보적일 수밖에 없어요. 문인이 체제비판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슴이 따뜻하기 때문이고요. 시는 가슴으로 쓰는 거거든요.”

가슴은 좌파인데 우파 운동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합니까.
“제 친구들은 지금도 저보고 좌파라고 하고 ‘빨갱이’라고 농담 삼아 부르기도 해요. 제가 잘못된 우파들 보고 흥분을 좀 하거든요. 그런 걸 보고 그러는 거죠. 가끔 가다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진짜 좌파가 아닌가…. 저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 부분을 어느 정도 확대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거든요. 이건 보는 시각에 있어서는 좌파입니다. 자유주의 좌파라고 하죠.”

신동호가 만난사람

진중권씨를 인터뷰하면서 “우파로 전향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문했더군요. 전 변호사께서 가슴이 따뜻한 문인이기도 하니까 저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좌파로 전향할 생각이 없는지….(웃음)
“제가 주장하는 경제정책 중에 상당수는 서구적 개념으로 보면 진보적 경향을 띤 게 많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우리 사회에서 보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보수가 너무 오해를 많이 받고 있고 제대로 보수정책을 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진보적 정책보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제대로 된 보수정책이 비율로 치면 4~5배 더 많아요.”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