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공공재’ 국방예산 어떻게 써야 하나

<최종병기 활>

처음부터 끝까지 쏘고 뛰고 쏜다. 정말 빠르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한국영화 중에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과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있었나 싶다.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은 치욕적인 역사 ‘병자호란’과 주목받지 못한 병기 ‘활’을 잘 버무려낸 역사액션극이다. 인조반정으로 역적의 자녀가 된 남이(박해일 분), 남이의 여동생 자인(문채원 분). 자인을 사랑하는 서군(김무열 분), 남이와 대결하는 청나라 장수 쥬신타(류승룡 분)가 등장한다. 이들 4명의 캐릭터는 제각각 살아 움직인다. 누구 하나 허투루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이 없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바둑판 위의 알처럼 제몫을 한다.

병자호란 발발과 함께 개성이 함락된다. 자인과 서군이 압록강 넘어 청으로 끌려간다. 여동생을 구하려 남이는 청나라 군대의 본진에 뛰어든다. 대나무를 깎아 만든 남이의 ‘애깃살’이 사람을 두 조각 내는 쥬신타의 ‘육량시’를 이겨낼 수 있을까. “두려움은 직면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남이는 나직이 읊조린다.

조선 역사를 보면 유독 전란을 당하는 이야기가 많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조선은 왜 이렇게 침략을 많이 당했을까. 고구려 고토를 회복해 자주성을 찾겠다는 고려와 달리 조선은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채택했다. 조정의 명 없이 군사를 기르면 역모로 몰렸다. 성리학은 칼을 좋아하지 않았고, 힘없는 왕조는 왕권 강화가 필요했다. 또 치열한 당파싸움은 군사를 기르는 데 특히 민감해 했다.

경제학에서 국방비는 공공재로 분류된다. 공공재란 배제성도 없고 경합성도 없는 재화다. 배제성이 없다는 말은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본다는 의미다. 즉 국방으로 나라를 지킨 혜택을 특정 개인만 누리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경합성이 없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이익을 얻는다고 나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예컨대 외적을 막아내 이웃집이 안전하게 되었다고 해서 나의 안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공공재는 모든 사람 혹은 조직이 이익을 보게 되다보니 ‘무임승차자’ 문제가 생긴다.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혜택만 누리려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개인이나 기업은 공공재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더 투자하나 덜 투자하나 돌아오는 이익은 모든 사람이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일이 있다. 외적이 침입해 나라가 망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손해다. 투자에 따른 사회적 총이득이 총비용보다 크다고 판단 될 경우 정부가 나선다. 세금을 거둬 공공재, 즉 국방예산을 공급하게 된다.

조선왕조는 공공재인 국방비 투입을 꺼렸다. 국방을 소홀히 한 대가는 컸다. 병자호란에만 50만명의 백성이 청으로 끌려갔다. 임진왜란으로 사라진 농토는 조선 말기까지 전부 복구되지 못했다.

공공재는 생산성이 낮다. 때문에 과도하게 투입하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도로, 항만, 공항 같은 기간시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방비는 특히 비싼 공공재다. 미국은 20세기 들어 세계 각국의 분쟁에 적극 개입했다. 약화되는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메우기 위해서였다.

과도한 군비 투입은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부채 급증의 원인이 됐다. 앞서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을 통해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세기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도 같은 길을 걸었다.

영화 속 경제

국방비는 조선시대처럼 적게 투입하거나, 강대국처럼 과도하게 투입하면 엄청난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남북 대치상태가 길어지는 우리에게도 ‘공공재’인 국방예산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