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중계석]시민이 행동하면 세상이 변한다

보세요. 시민들이 행동하니까 변화가 시작됐어요.
지난주에는 좋은 소식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여야가 주택임차인들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고요, 한나라당도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연기되긴 했지만, 이동통신요금 인하방안 발표가 있을 것이라 했고요, ‘망국적인 부자감세’ 중단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강부자’ 정권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제대로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좀 더 나은 대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4월 4일, 고려대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바로 이것이 시민들의 힘과 시민사회의 실천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감히 평가해봅니다. 물론 시급하고 적절한 민생대책에 목마른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현 정부·여당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런 그들마저도 민심이 두려워서라도 일부나마 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이 바로 우리 국민들의 승리라는 것이죠. ‘해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세상은 우리들이 참여하는 만큼 바뀌게 마련이다”라는 말에는 아름다운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시민사회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재추진’ 발표였을 것입니다. 5월 22일 황우여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다. 대학교 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등록금넷 등은 연간 1000만원 안팎의 등록금을 포함해 대학생 1인당 연간 2000만~3000만원의 과중한 교육비·생활비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초고액 등록금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창해 왔습니다. 우선적으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이 구현되어야 하며, 나아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진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해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3년 반이 지났음에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내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지요. 그런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의 확신에 가까운 발표가 있었으니 많은 이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벌써부터 정부·여당 일각에서 딴죽을 걸고 있고, 그래서 한나라당이 또다시 ‘말장난’을 한 것이라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은 더욱 무서운 심판을 보여주고야 말 것입니다.

또 우리 국민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소식 중의 하나가 ‘이동통신요금 대폭 인하방안’이었을 것입니다. 정부가 꾸린 ‘통신요금TF’의 발표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은 여당이 정부가 내놓은 안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그 방안이라는 것이 문자메시지 50건 무료제공, 모듈형 요금제 도입, 블랙리스트제 도입,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내용으로, 거기에는 핵심방안인 △기본요금 최소화 △문자 메시지 요금 무료화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하향 조정 등이 모두 빠져 있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이 걱정되는 여당이 정부안에 대한 동의를 거부한 것이죠. 역시 이 경우도 한나라당을 온전히 믿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애초 마련한 안보다는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들이 다 우리 시민들이 곳곳에서 전개하고 있는 ‘이동통신요금 대폭 인하하라’는 행동의 덕분일 것입니다.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전·월세 상한제도, 부자감세 철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지금 정부·여당 일각에서 얘기되는 것보다는 진전된 안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민사회 중계석

예상컨대 올해는 부분적 진전만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내년 총·대선을 전후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유권자로서 더 많이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참여, 이 얼마나 즐겁고 놀라운 일입니까.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성공회대 NGO 담당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