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대한민국어버이연합 vs 자식연합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을 등장시킨 대한민국자식연합의 시사 패러디. |korchild.tistory.com

그들은 혜성처럼 나타났다. 대한민국자식연합. 약칭해서 ‘대자연’이다. 처음에는 ‘트위터’에서 암약하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대자연이 생산해 낸 질 높은 작품들은 나오는 족족 누리꾼들의 화제를 모았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옮겨진 대자연의 ‘프로파간다’에 대한 누리꾼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국지(韓國志)’라는 작품을 보자. “양촌리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남. 배움이 깊어 적진에 나설 때도 항시 선비된 자세로 자신의 애마(愛馬) 직지마(直志馬)에게 ‘이랴~’라는 언문 대신 ‘시발(始發)’이라 한자어를 이용하였으며….” 카드 형태의 이 작품은 몇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에게 유행을 타고 있는 ‘유희왕 카드’를 닮아 있다. 이 인물이 가진 ‘아이템’은 앞의 ‘직지마’등이며, 특기는 ‘적진에서 혼자 웃는다’는 뜻의 ‘고소(孤笑)’다. 패러디의 대상이 누군지는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누리꾼은 이들 패러디의 ‘고퀄리티’에 놀라고 있다. 사실 정치 시사 패러디는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꽤 발달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몇몇 유명 패러디 작가를 단속한 뒤 사실상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누리꾼이 신기해 하는 것은 그동안 사라졌던 정치 패러디가 이처럼 ‘갑자기’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자연 총재를 맡고 있는 트위터 ‘personalcrusade’ 오유석씨(개인사업·35)를 접촉해 봤다. 오씨에 따르면 대자연이 탄생한 것은 올해 2월 16일. ‘술김에 트윗질을 하다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이 2백명이라고 하니, 당원 3백명 모으는 게 목표”라고 덜컥 만든 게 시작이다. 그런데 그게 ‘대히트’였다. 4월 20일 현재 대자연에 가입한 회원 수는 1884명. 트위터 가입 회원 수로는 벤치마킹 대상이자 경쟁 상대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9배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활동은 다음 티스토리 블로그에 개설한 ‘인당수’를 통해 이뤄진다. 고품질의 이미지 파일을 만드는 사람들은 8명 정도로, ‘도화서’라는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대자연의 핵심 모토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다. 벤치마킹 대상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다. 오씨가 보기에 어버이연합은 보수도 수구도 아니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도둑질을 당해도 프로에게 당하자는 거예요. 서로 같은 레벨에서 놀아 줘야 하는데, 제가 어릴 때에도 그런 바보 같은 사람들은 없었어요.” 그는 ‘어버이연합’이 어버이라는 말을 쓰는 건 쓸데없는 ‘마진’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우리 어버이는 가만히 있는데 각종 행사장에 난입해 폭력을 저질러 ‘어버이’를 욕먹이는 것이 어버이연합 아닙니까.”

이쯤 되면 ‘어버이연합’에서도 뭔가 반응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에게 ‘대한민국자식연합’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다음은 그의 일성. “그런 데가 생겼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는 이어 “우리를 패러디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자꾸 장난처럼 그렇게 비아냥하는 것은 잘못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추 총장은 “보면 머리가 아프니까 관심을 안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언제 한번 진지하게 토론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식연합 오 총재도 ‘맞짱토론’에 동의했다. 기회가 되면 ‘어버이연합 vs자식연합’ 토론을 실황 중계해 보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