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부산 심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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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만, 유달리 크게 뜨는 이슈가 있다. 몇 주 전, 각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달군 ‘전주굉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종 결론은 미군 F-16 전투기가 일으킨 음속폭음(소닉 붐)이었지만, 이런 사건이 나면 유사한 목격담이나 음모론이 횡행하게 마련이다. 전주굉음과 함께 거론된 이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는 존 티토였다. 사실, 존 티토의 예언을 살펴보면 딱히 ‘전주굉음’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없다. 전주굉음과 존 티토를 연결시켜놓은 보도를 보더라도 존 티토와 전주굉음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근거를 제시한 언론은 없다. 아마도 ‘전주굉음’에서 종말론을 떠올린 누군가가 존 티토를 거론했고,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서 ‘전주굉음과 존 티토’식으로 확산된 것이 아닌가 싶다.

2~3년 전부터 4월만 되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이미지가 있다. ‘부산 심판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캡처한 이미지다. 이미지의 내용은 부산지역 기상예보. 이미지 속 부산의 ‘오늘’(4월 14일)은 맑은 날씨에 11도를 기록하고 있다. 종말은 사흘 후에 시작된다. 4월 17일의 최저기온은 무려 169도. (이날은 ‘구름 조금’ 끼는 날씨로 예보되어 있다.) 진짜 파국은 다음 날이다. ‘차차 흐려져 비’가 오는 가운데 최고기온은 무려(!) 1000도(그래프상으로는 999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온다. 왠지 불타는 범어사, 끓어오르는 태종대 앞바다…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최근 <노잉> 등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가 화제되면서, ‘부산 심판의 날’도 덩달아 뜨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캡처 이미지의 코드는 유머다. 데이터 입력을 담당하는 누군가 일으킨 ‘실수’(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연산 오작동)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산 사람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 “바로 옆 구미에 사는데 그렇게 끓어오르지 않았다” 등의 소감 및 증언을 능청스럽게 내놓았다. 이미지를 검토한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이미지가 제공된 형식 등을 볼 때 기상청 것은 아니고 민간예보사업자들 중 하나가 포털 등 외부 사이트에 제공한 데이터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담뱃불도 600도 정도에 불과한데 1000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며 “데이터를 처리할 때 에러가 생기면 999나 1000과 같은 숫자가 뜨는데 누가 그럴 때 캡처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간혹 그런 에러가 생기면 수작업으로 보완하는 경우는 있다. 날짜와 요일로 볼 때 이 이미지가 캡처된 시기는 2007년 4월이다.

그나저나 2007년 4월 17일, 18일의 부산 지역 실제 온도는 몇 도였을까? 기상청 기록에 따르면 각각 13.6도와 15.4도였다. 여기서 반전. 2007년 이후 4월 18일이 다시 수요일로 돌아오는 연도는? 답은 마야달력 발 지구멸망설이 제기되는 2012년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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