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술 마시면 한 번씩 가게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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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여기저기 모임이 많다. 성인의 경우, 아무래도 모임은 음주가무, 술자리인 경우가 많다. 다음 즐보드에 ‘내가 술에 취하면 한 번씩 가는 곳’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용어로, ‘므흣한 곳’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하지만 사진은 어느 지하철역 노선 안내도를 찍은 것이다. 4호선 당고개역 위에 누군가 낙서한 것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많은 ‘사연’을 이야기한다. 원래 낙서한 주인공이 사는 집은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술 취하고 잠든 상태에서 종점까지 가버렸다는 이야기다. 늦은 밤, 지하철을 타면 목격하는 술 취해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지하철에서 술 취한 사람들의 기행’ 사진은 인터넷 유머란의 단골메뉴다).

사진을 본 누리꾼은 댓글로 겪은 경험을 올리며 공감을 표시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닉네임의 유저는 아마도 술 때문에 거꾸로 탄 모양이다. “나는 동대문에서 4호선 안산행을 타고 누가 깨워 눈 떴더니 당고개역이었음. (비디오방에 들어가) 그 당시 비디오 2편을 5000원 주고 보다 첫차 타고 돌아왔음.”

‘아이에이드’라는 누리꾼은 “4호선은 종착역이라도 있지, 2호선은 순환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구라파수꾼’이라는 누리꾼은 2호선의 비애에 대해 구체적인 댓글을 달았다. “밤새 술 마시고 한양대에서 2호선 첫차를 탔는데 깨보니 또 한양대였다.” 그러니까, 한 바퀴 돌 때까지 계속 잔 것이다.

2호선이 순환이라고, 언제까지 마냥 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막차 시간표를 보면 을지로입구행도 있고, 합정·삼성동행도 있다. 대부분은 2호선 차량 기지가 있는 성수행이다. ‘미틴오리’는 나름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난 성수역에 단골 찜질방이 있다.”

꼭 술만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 끝 부분만 순환으로 되어 있는 6호선 같은 곳에서는 깜박 졸면 내릴 역을 놓치기 십상이다. 닉네임 ‘사과장수’는 “6호선 봉화산역에서 불광역 가려고 하는데 다시 봉화산역에 내린 기분 아나?”라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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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책 없는 것은 1호선이다. 닉네임 ‘노자’는 “집이 안양인데, 서울에서 1호선 타고 인천 갔다”며 “술 마시면 항상 도착지를 확인하고 타자”고 말한다. ‘오래된정원’ 역시 ‘인천’에 얽힌 딱한 사연을 썼다. “방학이라… 학생 때 돈도 없고, 겨울이고….” 다른 사람들이 내놓은 찜질방 같은 대안도 이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리라. 누리꾼은 댓글에서 ‘온양온천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12월 15일 1호선 구간이 종전 천안에서 온양온천·아산 신창까지 연장개통된 것을 환기시키는 경고다. 사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대안은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마시지 않는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