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섭외의 룰

공연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단연 섭외다. 공연의 성공을 위해서는 스타를 출연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말 그대로 스타를 ‘모시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스타는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시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대중음악의 스타들을 수식하는 말들로는 라이브의 황제, 라이브의 여왕, 한국 록의 대부 또는 자존심, 황태자, 지존 등이 있는데 이들의 스타성을 수식하는 말들이 너무도 적절하여, 섭외를 위해 (라이브의) 황제나 여왕, (한국 록의) 대부를 만날 때면 기획자는 어쩔 수없이 주눅이 들곤 한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생각할 때, 섭외가 어려울수록-그러니까 잘나가는 가수를 섭외할수록-공연의 성공은 확실해지기 때문에 기획자는 돈이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섭외에 나서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가수의 출연료는 섭외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원하는 가수를 얻기 위해 무조건 가수들이 원하는 금액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획자의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출연료라는 것은 전체 공연의 제작비용과 공연장 규모를 감안해 책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같은 가수라 할지라도 100명 규모의 소극장 공연과 10만 명 규모 스타디움 공연의 출연료가 같을 수는 없는데 가수들의 몸값이 상대적인 고려 없이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매겨질 때는 우려할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제작비용과 공연장 규모가 고려되지 않고 지불된 가수들의 출연료는, 고스란히 관객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은 섭외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관객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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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 뮤지션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몸값이 높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국내 에이전시들의 과도한 경쟁 탓이다. 과도한 경쟁은 출연료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과 판단 없이 어떻게든 섭외만 성공하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고 전체 규모에 따라 상대적으로 출연료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들이 원하는 절대적인 출연료를 지불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구나 이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부담지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